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10월 시 장원에 박근태(대구 성광고ㆍ필명 데스띠니)군의 '전쟁영웅'이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문하나(부산 서여고ㆍ필명 윈드웨이)양의 '나는 잘못이 없다', 생활글에서는 고동혁(대구 영남고ㆍ필명 작은시계)군의 '아주머니의 포장마차', 비평ㆍ감상글에서는 김진영(부산 남일고ㆍ필명 창지자)군의 '한진중공업문제를 통해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전쟁 영웅
박근태
오래된 골목 틈, 발 한 짝 엉거주춤하게 내딛은 수선집.덕지덕지 붙인 전단지로만 손님을 맞는,투명간판 단 수선집 아줌마의 총성소리가따발총처럼 빠르게 반복된다
재봉틀을 들쳐 매고 실밥을 쏴대는 그녀,인생을 향한 저격은천 조각에 화려한 총상을 박고희미한 웃음처럼 옅은 실은 끝없이 말려들어간다사격소리는 끝나지 않는 전쟁의 총성처럼 수선집 벽면을 가득 타고 오른다스팀다리미의 자욱한 연기가화생방처럼 방 안을 메우고그녀의 소대장, 재봉 전문가 거미는천장 한 구석에 자신의 몸에 붙은 재봉틀로 짠비단 집을 짓고 그녀를 지휘한다그녀의 옆에는 아직도 총살 당할 옷가지들이포로처럼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전쟁 같은 거리 속 적막한 총성소리에몇 해 전 전사한 남편의 마지막 말,- 당신 총소리는 잘 들려서 좋아눈물소리 시간을 넘기는 총소리가 덮어버리고,
늦은 밤, 수선집 쪽창 너머로 별똥별 한 쌍은 밤을 찢어놓고그녀는 끝없는 사격으로 밤을 꿰맨다 무차별 공성포처럼 쏟아지는 수선집의 깜빡이는 형광등 불빛을 넘기며바싹 달군 전쟁통을 람보처럼 누비고 있다
▦선정평
진정한 영웅을 '오래된 골목 틈'의 낡은 '수선집'에서 찾는 눈썰미가 새뜻하다. 총질이라고 하지만 이건 오히려 '밤을 꿰'매는 말 그대로 수선(修繕)의 늡늡함으로 별이라도 쏘아올릴 태세다. 진정 이런 생활의 영웅들로 우리 주변은 늘 낫낫한 활기를 열어보이지 않던가.유종인 시인
※ 지면 사정으로 소개하지 못한 문장청소년문학상 8월 장원을 알립니다. 시 장원에는 김효진(대구 와룡고ㆍ필명 김몽쉘)양의 '사과의 자전' , 이야기글에서는 설문영(서울 진관고 ㆍ필명 H에스테르)양의 '커밍아웃', 생활글에서는 정지윤(김해 경운중ㆍ필명 휘성)양의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짝사랑', 비평ㆍ감상글에서는 한서현(성심여고ㆍ필명 장미나무)양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아야한다'가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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