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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MB만 모르는 교육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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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MB만 모르는 교육의 진실

입력
2011.12.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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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MB)은 개천에서 난 '용 중의 용'이다. 하도 많이 언론이나 서적을 통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뒤로하고 한 나라의 '왕'이 되기까지의 생생한 성공 스토리가 소개돼, 굳이 여기서 재방송은 필요 없겠다.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닌, 옛 표현을 빌리자면 평민(平民) 집안 출신의 MB를 만든 밑천은 교육 이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상고를 다녔던 그가 고려대(다른 대학이라도 좋다)를 가지 않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면. MB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배고픔과 약자의 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무의미한 소재다. MB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직 돈 버는 데만 골몰했다면 지금처럼 한 나라의 리더 신분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불량품으로 뒤덮인 교육 상품들

그래선지 몰라도 MB는 대통령에 당선되자 자신의 주특기인 경제 못지 않게 교육을 향한 열정도 비교적 뚜렷하게 노정시켰다. '자율과 경쟁'으로 압축되는 MB표 교육철학은 목표와 방향, 이 두가지 점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출발선을 넘어섰다고 여겨졌다. 자율형사립고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니, 사교육 경감대책이니, 입학사정관제니, 대학개혁이니 하는 것들이'MB 교육회사'의 대표 상품들이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이 상품들의 인기는 참담할 지경이다. 명품은커녕 불량품 수준으로 추락해버렸다. 기억속에서 슬그머니 사라져가는 유행가 같다. MB의 '교육아바타'라는 이주호 교육 장관의 야심작(野心作) 자율고. 이런 형편없는 물건이 없다. 일부 학교를 빼곤 2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사학에 학생들을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하고, 커리큘럼 또한 일반고와 비슷한 곳에 어느 학부모가 일반 학교보다 서너배 비싼 등록금을 주고 자녀를 보내겠는가. 실패한 제도가 자율고 뿐이면 오죽 좋으련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사교육을 잡겠다며 학원 영업을 밤 10시까지로 묶어놓는데까진 성공했지만 '풍선 효과'엔 속수무책이었다. 과외와 주말ㆍ휴일 학원 영업이 기승을 부리는 게 사교육의 주소다. "EBS 교재만 제대로 공부하면 학원 안 다녀도 수능에서 최소한 70점은 맞는다"고 유혹했으나, 'EBS교재 특강'을 전면에 내세운 학원들의 공격에 농락당했다. 감사원의 마구잡이식 대학 감사에 옥석을 가릴 것을 요구해도 시원찮을 교육부가 오히려 서슬퍼런 구조조정 카드를 함께 빼들면서 부화뇌동(附和雷同)한 것은 누굴 위한 정부인지를 의심하게 만든 코미디였다고 본다.

이런 실상을 MB가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걸까. 교육 정책의 실패, 교육 제도의 망가짐에 학부모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교육 수장이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MB의 무지(無知)는 확실한 것 같다. 다른 국정의 우선 순위에 밀려 교육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이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막막하다"며 실망을 넘어 절망에 빠진 학부모들이 주위에 넘쳐나는 현실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MB가 정말 놓치고 있는 게 있다. 학부모들이 알토란 같은 유권자라는 사실을. 가깝게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일부는 입증됐다.

대통령의 눈귀 가린 책임 물어야

이념의 영역에서는 자유로운 한 중학생 학부모 사이트엔 "잘못된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번 기회에 표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랐다. 이게 여당 후보에게 일고의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건 어쩌면 신호탄일수도 있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때 여권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것은 명징(明澄)한 이치다. 이래도 MB는 수술대에 올라야 할 교육 상품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저질 물건을 여전히 '명품'이라며 우기는 한심한 교육 위정자들을 방치할 것인가. 심판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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