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아버지뻘 되는 선배들과 친목모임을 갖는다는 게 어색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선배들이 원하는 분야 취업에 대한 멘토 역할도 해주시고 정말 좋습니다"
2월 한양대 생활체육학과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영(25ㆍ06학번)씨는 한양대 78학번 동문 모임인 '78 동기회' 장학생이다. 2009년 8월 장학금 200만원을 받은 뒤부터 정기모임에 참석하며 까마득한 선배들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78 동기회의 독특한 후배사랑은 유별날 정도다. 회원 집에서 모임을 갖는 이들은 직접 후배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또 장학금 출연만 하고, 집행은 학교에 전적으로 맡기는 기존 동문장학금과 달리 자신들이 직접 면접 등을 통해 장학금 수여대상 학생을 선발한다. 후배에 대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78 동기회는 2008년 78학번 입학 30주년 행사에서 300여명 회원들이 만들었다. 3억 여원의 장학금을 출연하면서 기존 동문 모임들과 구색을 맞추는 식으로 조직으로서 면모도 갖췄다. 하지만 회원들은 기존 모임들과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바로 후배들과의 스킨십과 소통이었다.
이들은 후배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기로 했다. 이름과 학점, 경제환경만 보고 장학금을 주기보다는 장학금 수혜 희망 학생들에게 학업계획서를 받고 후배들의 꿈을 알게 됐다. 심층면접을 통해선 진로고민을 상담해줬다. 최근엔 호프데이와 와인파티 등 모임장소도 회원들 집으로 점차 옮기고 있다.'선배들은 이렇게 산다'고 자신들을 보여주자는 의도다. 이 모임 대표인 함영준(52·경영78) 오뚜기 회장은 "지난해 장학금 수혜 학생 선발을 위해 무려 4시간 동안 심층면접을 했다"고 했다.
이들의 활동은 다른 동문 모임에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바쁜 사회생활에 쫓겨 마음으로만 '학교사랑, 후배사랑'을 외치던 이들에게 78 동기회 활동은 까마득한 후배들과 어색함을 없애는 좋은 방법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78 동기회 활동이 교내에 알려지면서 졸업 후 월급 일부를 꾸준히 기부하는 것 처럼 좀 더 다른 후배사랑 방식을 찾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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