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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화재현장서 순직한 이재만·한상윤 소방관/ 아들 위해 산 캠핑장비 뜯어보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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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화재현장서 순직한 이재만·한상윤 소방관/ 아들 위해 산 캠핑장비 뜯어보지도 못하고…

입력
2011.12.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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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평택시 가구전시장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평택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재만(39) 소방장과 한상윤(32) 소방교의 안타까운 사연이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이 소방장은 위급한 화재 현장에서 동료 대원들을 먼저 빠져나가게 배려하다 산화했고, 한 소방교는 4개월 된 셋째 아이를 아내 뱃속에 둔 채 가족과 영영 이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 살리고 산화한 베테랑

15년차인 이재만 소방장은 최근까지 경기 소방학교 화재현장팀 전임교관으로 후배들을 교육한 화재진압 베테랑 대원이다.

특히 이 소방장은 동료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 하던 '의리파'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이 소방장이 이번 화마 속에서 대원들을 먼저 대피시키느라 탈출 시기를 놓쳐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당시 사고 현장 지휘를 맡았던 신계성(54) 작전팀장은 "구조대원들은 사선을 넘나드는 현장에서 생사를 함께하기 때문에 가족들보다 더 끈끈하게 엮여 있다"며 "고인의 평소 성격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대원들을 건물에서 먼저 내보낸 뒤 맨 마지막에 현장을 빠져 나오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소방장의 형 재광씨도 인근 화성소방서 소속 소방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들을 먼저 보낸 고인의 부친 이달희(70ㆍ목사)씨의 심경은 더욱 복잡했다. 이씨는 "당시 목욕탕에 가고 있는데 멀리서 불이 난 현장에 아들을 태운 소방차가 도착하길래 '이번에도 별일 없겠지'하고 돌아선 게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끝내 못간 가족캠핑

4일 경기 평택시 중앙장례식장에서 만난 한상윤 소방교의 미망인 강영경(29)씨와 친형 상철(35)씨는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강씨는 4개월 된 뱃속 아이의 건강을 염려해 그 동안 꾹꾹 참았던 눈물이었다.

강씨는 "사고 당일 아침에도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출근해 '미안하다'고 통화를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돼 버렸다"며 흐느꼈다. 강씨는 4살 난 쌍둥이 아들 둘은 아빠를 잃은 충격을 받을까 걱정돼 데리고 오지 않았다.

강씨는 "너무 위험한 일이라 (소방관을) 그만 두라고 수 차례 권했는데 그이는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궂은 일을 하느냐'며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해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강씨는 남편이 '쌍둥이 아들이 한창 아빠와 놀아야 할 시기'라며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가족캠핑에 관심을 보여 2개월 전 텐트를 사고, 며칠 전에는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얄궂게도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은 이날 고인이 숨진 뒤 3시간 뒤에 사무실로 배달됐다.

동료들은 "가족들과 캠핑을 가겠다고 자랑했는데 캠핑 장비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한 소방교는 1년간 인근 지산초교 화재반 교육을 해 화재예방 홍보업무 유공자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합동영결식장이 마련된 평택 중앙장예식장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원유철 국회국방위원장, 김선기 평택시장 등 각계 각층의 조문객 3,000여명이 찾아와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송탄소방서 1층에서 송탄소방서장 장(葬)으로 엄수된다. 고인들의 유해는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정부는 고인들에게 옥조 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평택=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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