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금지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운영권이 억대의 권리금이 붙은 채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심지어 개인 어린이집도 시설인가증과 원생 수에 따라 프리미엄이 형성된 채 매매돼 어린이집이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4일 수억원을 받고 법인 어린이집 운영권을 팔아 넘긴 어린이집 대표 정모(60)씨와 정씨의 남편 송씨(62), 그리고 이들에게 운영권을 산 김모(31)씨 등 5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부부는 2009년 3월 초 광주 광산구 신가동에서 운영하는 3층 건물의 법인 어린이집 운영권을 보증금 5억원과 300만원의 월 임대료를 받는 조건으로 김씨에게 팔아 넘겼다. 정씨는 사회복지사업법상 법인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을 때는 기본재산(어린이집)을 자치단체에 귀속시키거나 같은 목적의 법인에 기부해야 하는 데도 자신의 대표이사 명의는 그대로 둔 채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40)씨로부터 소개받은 김씨를 시설원장으로 앉힌 뒤 운영권을 넘겼다.
법인 어린이집 운영권 불법 매매는 정씨 부부 사례처럼 '보증금+월 임대료 지급'형태로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집 원생에 대한 권리금이 1인 당 1,000만원 정도 붙어 있는 탓에 수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일시에 마련할 수 없는 매수자들이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선지급한 뒤 임대료 명목으로 나머지를 지급하는 것이다.
경찰은 정씨 부부가 어린이집 원생 120여명에 대한 권리금을 1인 당 1,000만원씩 붙여 운영권을 12억원에 팔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원생들을 미끼로 어린이집을 사고 파는 데는 개인이나 가정보육 어린이집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컨설팅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실제 중개업자들이 개설한 각종 '교육컨설팅'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권리금 ○억원, 원생 ○○명, 매매가 ○○억원, 원아자원 풍부' 등의 광고 문구 등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2006년 어린이집 설립이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바뀐 뒤 신규 설립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같은 고액 권리금이 붙은 어린이집 거래는 결국 원생들과 학부모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운영권을 산 매수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현장학습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등 갖가지 편법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교육 기자재 등에 사용돼야 할 특색교육비 중 일부가 임대료로 지불되면서 교육 내용도 부실해졌다"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어른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그 피해가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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