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1월 14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 관계 발전을 위한 여당(국민당)과 야당(민진당)의 첨예한 입장 차이와 추락하는 경제의 회생 방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된 2012년의 막을 여는 선거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현 총통인 마잉주(馬英九ㆍ61) 국민당 후보와 차이잉원(蔡英文ㆍ55) 민진당 주석 등 후보들은 5% 안팎의 근소한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물고 물리는 초박빙 접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자 출신의 차이잉원 후보는 지적인 이미지로 젊은이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가 당선되면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 된다.
3일에는 후보들의 비전과 공약을 볼 수 있는 첫 TV토론회가 열렸다. 밍바오(明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은 그러나 토론회에서 마 총통, 차이 주석 모두 대만의 거시적 발전 방향에 대한 청사진 제시 보다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해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여당 성향을 보이는 대만 최대 신문 롄흐바오(聯合報)는 토론회 직후 설문조사에서 마 총통이 차이 주석의 불투명한 정치이념을 몰아붙여 75% 대 13%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마 총통은 차이 주석이 정치공약으로 내세운 '대만 공통의식'인 3불(통일하지 않고, 독립하지도 않으며, 무력도 쓰지 않는) 정책을 물고 늘어졌다. 마 총통은 "3불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야당에도 없을 것"이라며 "민진당이 독립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누구 믿겠느냐"고 꼬집었다.
차이 주석은 중국, 대만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과 경제 협력 및 정치신뢰의 초석인 이른바 '92공식'은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공통의식일 뿐, 민진당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민진당이 집권하면 중국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차이 주석은 "마 총통이 허위의 경제수치를 들이대며 자신의 업적을 부풀린다"며 "마 총통 집권 이후 대만의 경제 성장은 (국민당 집권 이전) 민진당이 8년 동안 집권한 것의 기저효과일 뿐"이라고 깎아 내렸다. 마 총통은 이에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아시아 네번째 용이던 대만이 성장동력을 잃었으며 민진당 수뇌부는 부패 스캔들로 몰락했다"고 쏘아붙였다.
제3의 후보로 나선 숭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은 두 후보가 난타전을 하는 사이 중국과 대만의 공생공영을 위한 '하나의 중국' 방안을 제시했다. 야후 치무어왕(寄摩網)이 토론회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숭 주석이 35%, 차이 주석이 34%, 마 총통이 29%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베이의 정치평론가 난팡슈어는 "TV 토론회에서는 숭 주석이 눈길을 끌었다"며 "향후 TV 토론에서도 숭 주석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마 총통과 차이 주석의 접전 속에서 숭 주석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