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야 아버지의 크나큰 사랑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현역 병사 2명이 지난 달 30일 각각 자신의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해군에 따르면,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라태건(21) 일병의 부친 라춘기(52)씨는 6월 간세포암종(간암) 판정을 받았다. 온갖 약물치료를 동원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상태가 악화해 간경화증이 동반되고 간의 악성종양은 계속 퍼져갔다.
간이식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네 가족 중에 라 일병만이 수술 적합 판정을 받았다. 라 일병은 7시간의 수술 끝에 자신의 간 60%를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라 일병은 4주, 부친은 9주간의 회복기간을 거쳐야 퇴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라 일병은 수술로 몸이 상해 더 이상 현역 복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는 몸이 약해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지만 재검을 자청해 해군 헌병으로 근무 중이었다. 군인의 길을 계속 걸으며 해군 특수전요원(UDT)이 되려는 꿈도 꿨지만 이제 모두 불가능한 일이 됐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라 일병은 "자식들 앞에서는 늘 강인한 모습만 보이던 아버지를 위해 아들의 몫을 다하고 싶었다"며 "군인정신으로 아들의 강한 모습을 아버지께 선물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육군 1사단 백호대대 포병 윤성재(22) 병장도 자신의 간을 기꺼이 아버지께 바쳤다. 윤 병장의 부친 윤영현(58)씨는 지난해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고 방사선과 약물치료를 받으며 투병 생활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간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가족들은 윤 병장을 걱정해 아버지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숨겨왔다고 한다. 그러나 윤 병장은 9월 아버지 친구로부터 뒤늦게 사정을 전해 들은 뒤 지체 없이 정밀 조직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간이식 수술이 가능했고, 자식을 걱정해 반대하던 아버지를 며칠 동안 설득해 수술을 받았다. 15시간에 걸쳐 간의 절반을 이식하는 수술이었지만 지금은 윤 병장과 아버지 모두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부대 관계자는 "윤 병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로 아버지 안부를 묻고 휴가 때면 아버지의 병석을 줄곧 지킬 정도로 효심이 남달랐다"고 전했다.
내년 2월 전역하는 윤 병장은 "지금까지 건강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아버지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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