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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7촌 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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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7촌 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입력
2011.12.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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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질녀(再從姪女)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촌수로 말하면 6촌 형님의 딸, 내게는 7촌 조카의 결혼식이었다. 우리 집안은 아들이 귀한 편이다. 할아버지 삼형제 분이 일곱 분의 종형제(從兄弟)를 두셨고, 그분들이 열 명의 재종형제(再從兄弟)를 두었다. 그러니 재종, 6촌이라도 형제처럼 가까울 수밖에.

나는 형제도 종형제도 없는 외동이니 더더욱 그렇다. 재종누님이나 여동생이 남자만 일가냐고 항의를 할 수 있겠지만 시집을 가서 남의 집안의 며느리가 되면 본가의 일엔 무심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 '여자의 일생'이 아닌가. 우리 재종 10형제 중에서 큰 형님의 큰 딸 결혼식이니 7촌 조카들이 결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래지 않아 내게 손자 손녀가 되는 재종질들의 자식들이 만드는 삼종(三從), 8촌 형제 시대가 열릴 것이다. 결혼식장에 앉아 형님의 흰머리를 보니 한 마당에서 뛰어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세월이 잠시다. 어른들에게서 '8촌이 한 부엌에서 난다'는 말씀을 자주 들었는데 이제야 그 말을 실감한다.

핵가족시대가 시작된 지 오래고 초저출산 시대로 진입했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갔다 해방 후 귀국해서 터를 잡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삼감리 380번지에서 시작된 집안이 삼종, 8촌 시대를 앞두고 있다. 7촌 조카 결혼식에 간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세상이다. 나는 당당하게 가족사진까지 찍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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