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자금난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물량 역대 최대규모에 달하는데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만기연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24조5,000억원으로 올해 같은 기간 보다 20% 늘었다. 3년 리먼사태 이후 발생했던 회사채 만기도 이 기간에 몰려 있다.
이중 AA급 회사채가 45.6%, A급이 48.1%로 전체의 93.7%를 차지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로 워낙 경제상황이 불확실해 우량등급에 속하는 A등급이라도 시장에서 기피하고 있어 만기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종 가운데선 조선과 건설, 해운이 심각하다. 이들 업종의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5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21.2%나 차지해 위험업종으로 분류된다. 강성부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조선업체들은 3년 전 수주부진으로 선수금 유입이 줄어들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3년만기 회사채를 많이 발행했다”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괜찮지만, 한진중공업이나 STX조선해양은 하반기에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많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해 미리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상위 39개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4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작년 전체 발행액 35조1,000억원보다 23.1%나 늘어난 것은 물론 기존 최고치 기록(2009년ㆍ41조4,000억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룹별로 발행액은 LG, SK, 현대차 등이 3조원대 규모였고, 삼성, 포스코, KT 등도 2조원을 넘었다.
또 이들 기업의 은행 대출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11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어음(CP) 잔액도 11월말 기준 92조원으로 작년 말(73조원)보다 25.3% 늘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 현금확보인데 내년에 신용도 강등 우려가 올해보다 더 커져 올해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기업들은 내년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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