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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호빗하우스' 운영 필리핀 소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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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호빗하우스' 운영 필리핀 소인들

입력
2011.12.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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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관광명소 중 한 곳인 호빗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보통 체격의 갑남을녀일지라도 잠시나마 '거인 걸리버'가 되는 특별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호빗족 영웅 프로도 배긴스의 모험담을 담은 JRR 톨킨의 소설 의 한 장면이 대형 벽화로 내걸린 이 특별한 곳에서는, 모든 종업원이 키가 120㎝가 채 안 되는 소인들이다.

1973년 문을 연 뒤 보라카이에 분점을 둘 정도로 성장한 호빗하우스는 다른 곳에서 직업을 얻지 못하는 소인들의 훌륭한 일자리가 되어 왔다. 필리핀의 소인들은 키가 작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절반밖에 안 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곳에서만은 키 작은 것이 장점이 되고 돈벌이가 된다. 바깥 세상에서 차별 받는 소인들의 유일한 해방구인 셈이다.

이곳 소인들은 호빗하우스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훨씬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가게 한 칸 수준을 뛰어넘어 아예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도시 하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필리핀 소인협회는 최근 몰라탄 지역에 소인들만의 공동체 '드워프 시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 자선사업가가 필요한 땅을 기부하면서 계획은 급물살을 탔고, 매주 토요일 모여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투자자를 물색 중이고, 필리핀 정부로부터 지원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도 얻어냈다.

이들의 계획은 드워프 시티에 그들의 체형에 맞는 아담한 건물과 인프라를 건설해, 이 곳을 소인들의 천국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개발하는 드워프 시티의 전체 면적은 6,000㎡(1,800평)에 불과하지만, 집을 짓고 벼룩시장을 만들고 큰 교회도 건설하기로 했다.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버섯 모양이나 신발 모양을 한 작은 건물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공동체 건설이 주목적이지만, 테마파크로도 운영하며 덤으로 관광수입을 거두겠다는 계획도 있다. 초기에는 47가구만 입주하지만, 공동체가 정착하면 보다 많은 소인들이 모여 살 수 있을 전망이다.

소인들이 드워프 시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차별 없는 세상이다. 자녀들이 놀림 받을 걱정 없이 바깥 바람을 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호빗하우스 지배인 출신인 베리 페리 소인협회장은 B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키가 작다는 이유로 우리를 괴롭히고 놀리는데, 우리가 한데 모여 있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언젠가 사람들은 우리가 체구는 작아도 큰 생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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