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복제한 식용가축의 고기, 유제품, 기타 부산물의 수입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EU는 쇠고기 등의 수입량이 적고 산하 유럽식품안전국이 2009년 복제가축 식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 등에서 대규모 복제 가축 농장을 운영하고 고기 가격을 떨어뜨리자 대비책의 마련이 시급해졌다. 호주, 미국까지 가세해 남미 국가와 기술을 교환하면서 과거 생명 윤리 차원에서 전개됐던 복제 가축 논란이 이제 미래 식량산업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농장 주인들은 형질이 우수한 소, 돼지, 양의 체세포를 채취해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가축을 복제하고 높은 등급의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가축 복제는 정부, 대학, 연구기관까지 거들고 있다. 알레한드로 실바 아르헨티나 농림수산부 실장은 "아르헨티나는 5, 6년 안에 세계 최대의 복제가축 식품 수출국이 될 것"이라면서 "이미 안전한 것으로 판명이 났는데도 유럽이 다시 물고 늘어진다"고 비판했다.
유럽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EU는 3월 복제 가축의 고기와 유제품 수입 규제를 논의했지만 결렬됐다. 산도르 파자카스 헝가리 농림부 장관은 당시 "유럽 국가가 치즈와 햄 한 장마다 동물의 가계도를 그리려는 비현실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WSJ는 유럽인의 58%가 복제 가축의 식용화에 반대하고 9%만이 찬성한다고 전했다.
유럽의회는 엄격한 식품표시법이나 관세법 도입을 통해 수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의회 네덜란드 대표인 카르티카 리오타드는 "규제법 제정이 미뤄지면 우리나라에서라도 관련 법을 만들겠다"며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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