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향상에 사교육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영어는 선행학습보단 학교수업을 제때, 충실하게 듣는 적기(適期)교육이, 과학은 학원을 억지로 보내기 보다 자발적인 학습동기를 북돋아줘야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의 교육참여가 학생의 읽기 성취도를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자료활용 분석 심포지엄'에서 다수의 연구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영주 박사는 이날 2004년, 2006년에 실시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영어교과 성취도 점수에 영향을 끼친 학생요인을 분석한 논문에서, 초중고 모두 학교영어수업 이해 정도가 방과후 영어과외나 학원수강 등 사교육보다 학업성취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학교수업을 등한시하고 학원수업만 맹신하는 것은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한희정 서울 수유초 교사는 "이미 학원에서 배운 거라며 시큰둥한 태도로 학교 수업을 무시하지만, 사실 형용사 앞에 관사를 써서 말하는 등 기본 문법도 지키지 못하는 애들도 많다. 대충 아는 체하고 넘어가면서 부실이 쌓여가고 있다"고 선행학습의 폐해를 꼬집었다. 이 박사는 "초등학교의 경우 선행학습 애들에 맞춰 수업을 하다 보니 학습결손이 생긴 애들은 아예 영어를 포기해버리는 등 배움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정규수업뿐 아니라 방과후프로그램을 내실화해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고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은모 박사 등 서울대 연구진이 2006년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PISA)에 응시한 고1학년 4,819명의 과학성취도 요인을 조사한 결과 학교 밖에서 과학 사교육을 받는 시간은 학력 향상을 거의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신 과학 교과에 대한 자발적인 흥미, 학습 자신감 등이 성취도를 더 높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정 내에서 정치문제를 두고 토론하거나 책 영화 등을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것이 아이들의 사고력과 언어력을 높여 읽기 성취도를 향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가 발표한 '학교간 학력격차 수준과 변화 분석'논문에 따르면 전국 1,362개 고교를 대상으로 17년간(1995~2011학년도)수능 외국어 성적을 분석한 결과, 지역격차는 감소하되 학교별 격차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와 읍면의 평균점수 차이는 1995학년도 20점 가까이에서 2011학년도 10점 남짓으로 좁혀졌다. 학교간 격차는 여전해 특목고와 일반고는 40점의 격차를 유지했다. 1995학년도 과학고와 일반고의 점수가 38점, 2011학년도에 국제고와 일반고의 점수차가 39점이나 났다. 또 최근엔 교과과정 편성과 신입생 선발 자율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 자율고교와 기숙사보유학교가 수능성적 향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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