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 '부자 증세'를 둘러싼 여권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쇄신파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주장한데 이어 홍준표 대표가 힘을 보태면서 부자 증세는 정책 쇄신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청와대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서 부자 증세 방안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특히 그 동안 정책 쇄신 문제에서 보조를 맞춰왔던 박 전 대표와 쇄신파의 이견이 커서 이를 둘러싸고 양측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일 4개 종합편성채널과 잇따라 가진 인터뷰에서 부자 증세 논란에 대해 "우리 조세체계나 그 실효성이 현 상황에 맞는지, 과거에 만들어진 게 지금도 유효한지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친박계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도 2일 KBS라디오에 출연, "소득이 많은 사람만이 부자가 아니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라며 "불로소득에 가까운 그런 소득은 중과세하자는 소리를 하지 않고, 근로소득에 가까운 열심히 일하는 고급 경영자나 기업인들에게 중과세하자는 것이 과연 공정한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 내에선 감세를 지향하는 경제정책 기조인 '엠비(MB) 노믹스'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점에서 부자 증세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에서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만큼 청와대가 지금 입장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소득세율 상위 구간 신설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은 이날 "국민은 MB 노믹스를 넘어서기 위해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양극화가 이토록 심해졌으면, 소득세 최고구간을 하나 만들어 (세율을) 40%로 정하는 것은 조세 체계 왜곡이 아니라 민심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정책 쇄신을 주도해야 할 입장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정두언 의원은 고소득자의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르면 내주에 발의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대선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정 전 대표는 "'종합적으로 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해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논의가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종합적 세제 검토는 정부가 항상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중한 검토를 주문한 박 전 대표의 주장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5일 오후 국회에서 정책의총을 열어 부자증세 및 민생ㆍ복지 예산 확대 문제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선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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