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문건 분실에 책임을 지겠다며 전역의사를 밝힌 이영만 공군 참모차장(55ㆍ중장)이 2일 공군 징계위원회에서 뜻밖에 징계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초 견책(경징계) 처분으로 징계위 의견이 모아졌으나, 상관인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이 징계유예의 아량을 베풀었다. 공군 관계자는 "군 인사법 상 국무총리 이상 표창 받았거나 과실로 사고가 났을 때는 징계 결제권자인 참모총장이 감경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건 폐기에 직접 개입된 비서실장 신모 중령, 비밀관리 담당자인 장모 소령 등 2명은 정직 1월의 중징계를, 전 정책보좌관인 정모 대령과 정보처장 김모 대령, 비밀관리 담당자 김모 소령 등 3명은 경징계를 받았다.
특히 이차장에 대한 징계유예는 앞서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이 차장의 사의(전역의사) 반려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 장관은 책임을 지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간 군에 기여한 바가 크고 북한 도발이 우려되는 위중한 시기에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장관이 직접 면죄부를 주다 보니 '비밀취급 실패'라는 엄청난 과오에 대한 사후조치가 전혀 군 전체 조직에 교훈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사라진 문건이 북한과의 전면전 발생시 우리 공중작전계획과 평시 공중작전 지침을 담은 2, 3급 기밀서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군의 솜방망이 징계와 김 장관의 아량을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 병사들도 뇌리에서 지우지 못하는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의 말이 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못한다"는 이 유명한 어록을 군 수뇌부가 더 잘 알 것이다. 보안은 경계 업무의 핵심 중 핵심인데도 우리군의 보안자세는 통계상으로만 봐도 갈수록 흐트러지기만 한다. 군사기밀 누설 및 보안 위규 위반으로 처벌받은 군인이 2007년 965명, 2008년1164명, 2009년 1512명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후배들에게 책임지는 지휘관의 모습을 보여 도의를 다하고 싶다'며 전역 의사를 밝힌 이 차장의 자세는 우리 군의 보안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도 군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나 공군 참모총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병력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비밀문건 분실의 사후조치를 이렇게 유야무야 처리할 경우 어떻게 강군이 되기를 바라겠는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김혜영 사회부 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