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미소는 여전했다. 짧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도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회견 막바지 사진 촬영을 위해 행사진행 요원들이 탁자를 치울 때 손수 거드는 친절도 보였다. 할리우드 톱스타로 국내에서 '친절한 톰 아저씨'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톰 크루즈(49)는 외모도, 친절함도 변함이 없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크루즈는 2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신작을 소개했다. 회견엔 감독 브래드 버드, 크루즈와 연기 호흡을 맞춘 여배우 폴라 패튼이 함께했다. 이들은 1일 늦은 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크루즈의 방한은 다섯 번째다. 크루즈는 "한국이 익숙해서 좋고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다"는 말로 방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한국엔 내가 좋아하는 별명(친절한 톰 아저씨)이 있고, 언제든지 따스하게 맞아주는 팬들이 있어 기쁘다"고도 했다.
'… 고스트 프로토콜'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4편. 최정예 비밀 첩보요원 이단(톰 크루즈)과 그의 동료들이 핵 전쟁을 거쳐 인류가 새롭게 진화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과학자의 미치광이 행태를 사투 끝에 막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의 뭄바이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크루즈가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의 외벽을 기어오르거나 줄에 매달려 횡으로 뛰어다니는 장면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크루즈는 건물과 동일하게 만든 세트에서 촬영하자는 제작진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역 없이 실제 건물에 매달린 채 촬영을 감행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몇 달 동안 고민해서 찍은 장면이다. 내가 직접 연기하는 게 이야기 내용상 필요했고 관객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내 스스로를 밀어붙여 직접 연기했다"고 전했다. "촬영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날 가장 흥분시킨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버드 감독은 "내가 건물에서 내려오라고 했을 때 평소 화를 내지 않던 크루즈가 버럭 화를 냈다"고 말해 폭소를 끌어냈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미션 임파서블'은 크루즈가 제작에 참여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크루즈는 이번 영화를 위해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두 차례 수상한 버드 감독을 영입했다.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을 처음 찍을 때 이런 복잡한 영화를 과연 또 만들 수 있을까 했는데 벌써 4편에 이르러 자랑스럽고 기쁘다"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언제까지 '미션 임파서블'에 출연할 것이냐는 얄궂은 질문엔 "100세에 내가 은퇴할 때 시리즈가 끝난다"며 짧고 단호하게 웃음을 섞어 답했다. 크루즈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동 한 극장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를 치른 뒤 밤늦게 출국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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