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엄 촘스키 등 석학들의 자본주의 해부
자본주의와 그 적들 / 사샤 릴리 대담
자본주의가 왜 위기인지를 분석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좌파 학자들의 지향이 모두 한결같은 건 아니다. 사회주의 계급혁명을 꿈꾸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자본주의가 인간을 상품화한다는 데는 동감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심지어 유전자까지 인간의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당장의 처방은 이 같은 탐욕을 제어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공적인 부를 늘려가는 것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좌파가 연대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작가이자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대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학자에는 노엄 촘스키 MIT 석좌교수를 비롯해 엘린 메익신즈 우드, 데이비드 맥낼리 등 캐나다 요크대 교수들과 미국의 데이비드 하비(뉴욕시립대) 존 벨라미 포스터(오레곤대) 질리언 하트(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한상연 옮김. 돌베개ㆍ484쪽ㆍ2만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탈구조주의 혼돈 상황 문학작품 통해 설명
도래할 책 / 모리스 블랑쇼 지음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후기구조주의 사상가들에 영향을 끼친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모리스 블랑쇼의 대표작. 20세기 초반 구조주의가 여성 대 남성, 자연 대 문화, 이성 대 감성 등 대립을 통해 서양철학의 지적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다면, 탈구조주의는 이 대립 역시 일종의 위계를 갖고 있고, 세계는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블랑쇼는 이 혼돈의 상황을 문학을 통해 설명한다. 문학은 일반적 글쓰기와 달리 은유를 통해 의미를 갖는 작품을 일컫는데, 언제나 새로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품, 독특한 고유성을 갖는 작품만 문학이 되기 때문에 문학은 이미 항상 문학이 아닌 방식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학의 공간> (1955)에 이어 4년 만에 집필한 <도래할 책> 은 이런 문학관을 세밀한 언어로 정제한 책이다. 세이렌과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시작으로 탈구조주의 철학자들에 많은 영감을 준 마르셀 프루스트, 헤르만 브로흐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문학에 대한 사유를 들려준다. 심세광 옮김. 그린비ㆍ520쪽ㆍ2만7,000원. 도래할> 문학의>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 방대한 자료로 되살린 히틀러-스탈린 전쟁
세계사 최대의 전투 / 앤드루 나고르스키 지음
'히틀러의 전격전과 스탈린의 대응전이 각축. 1941년 9월~1942년 4월, 203일 동안 양측에서 700만명이 동원되고 250만이 희생.' 현대와 가장 가깝고 인간이 아는 한 최대 규모의 전쟁, 모스크바 공방전의 명세서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쿠르스크 전투, 레닌그라드 전투보다 낮게 평가돼 왔지만 실제 규모는 인류 역사상 최대였던 이 전투를 생생히 되살렸다.
사상 유례없이 잔혹했던 두 지도자의 정면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이 엄청난 사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상호 불가침 조약의 파기, 독일군의 속전속결, 소련의 극적인 반격, 히틀러의 오산, 소련의 격렬한 저항 등 유혈낭자한 드라마의 극적인 방점이 모스크바 공방전이었다. 개개인의 생생한 육성이 촘촘히 박혀 있는 책은 역사 서술과 저널리즘 사이를 넘나든다. 러시아 내무인민위원부 기록보관소의 기밀 문서, 56명과의 인터뷰, 핵심 인물들의 일기ㆍ편지ㆍ회고록 등 접근 가능한 모든 형태의 관련 자료를 참조한 책은 현대사 서술에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차병직 옮김. 까치ㆍ420쪽ㆍ2만원.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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