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달린 고전동화집/샤를 페로 등 지음·마리아 타타르 주석·원유경 설태수 옮김/현대문학 발행·540쪽·39,000원
동화는 친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사랑과 부, 권력과 욕망, 가족의 가치를 들려준다. 물론 아이들의 시선으로. 하지만 초기 동화는 포르노그래피 같은 싸구려 구전 문화였다. 신데렐라가 두 언니를 결혼식에 초대해 비둘기로 하여금 눈을 쪼아내게 했다던가, 되살아난 백설공주가 계모에게 벌겋게 달군 쇠구두를 신기고 춤추게 하는 벌을 줬다는 내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패륜의 이야기들이 근대를 거쳐 아름다운 '동화'로 가공돼 전세계 아이들에게 동심을 전하고 있다.
현대문학의 '주석 달린 고전시리즈' 다섯 번째 책인 <주석 달린 고전동화집> 은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 오늘날 문화 아이콘이 된 동화 26편을 골라 주석과 해설을 덧붙였다. 원전과 각색본을 비교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변형됐는지도 소개한다. 주석>
예컨대 작가 페로의 각색본 속 '빨간 모자'는 사악한 늑대가 빨간 모자를 덮쳐 잡아먹는 것으로 끝나는 반면 그림 형제의 각색본에서는 사냥꾼이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구출한다. 17,18세기 여러 각색본에서 '백설공주'의 왕비는 생모로 나오지만, 19세기 그림 형제는 모성의 신성함을 보존하기 위해 동화 속 생모를 계모로 바꾼다. 동화가 쓰여진 시대적 배경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아는 것도 이 책의 재미다. 꼼꼼한 주석과 해설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동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54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초판 당시의 원문과 함께 각 대목마다 당대 상황에 대한 주석을 달고 삽화, 만화 등을 덧붙였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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