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FTA 반대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엔 다른 판사가 재협상을 위한 구체적 행동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가 법원전산망에 올린 글의 요지는 불평등 조약인 한미FTA의 재협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임법관들에게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경계할 것을 주문하며 "개인적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선 안 된다"는 원론을 당부한 직후여서 파장은 더욱 크다.
우리는 김 부장판사의 주장을 대법원장의 거듭된 당부마저 무시한 하극상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논란의 발단이 된 페이스북의 글이 판사로서의 분별과 품위를 잃은 감정의 발산 형식인 데 비해, 그의 주장은 합리적 제언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불특정 대중에게 열린 공적 공간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법원 내부 논의공간을 통해 발제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 정면 제동을 걸고 나선 그의 주장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알다시피 헌법은 국가간 조약의 체결ㆍ비준권은 대통령에게, 중대한 조약에 대한 심사ㆍ동의권은 국회에 각각 부여하고 있다. 조약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에 한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심판권을, 법원은 심판제청권만을 갖는다. 한미FTA도 계약인 만큼 불공정 여부 판단을 포함한 최종적 해석권한을 법원이 갖는다는 김 부장판사의 인식은 헌법의 권력분립 정신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계약 아닌 조약이란 없으니 그런 식이라면 모든 조약 체결의 결정권을 법원이 갖는 것이 된다.
"비준절차가 다 끝난 이제 와서 왜?"라는 비판도 있다. "(나중에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의 설명은 "그때는 몰랐다"는 정치인의 표변 핑계만큼이나 군색하다. 다만 재협상 소지가 남아 있는 ISD(투자자ㆍ국가 소송제도)에 대해 이제라도 법원 TF팀을 구성,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방안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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