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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느 왼발잡이의 토끼의 무덤' 노동운동의 상징 전태일 키워드로 쓴 단편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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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느 왼발잡이의 토끼의 무덤' 노동운동의 상징 전태일 키워드로 쓴 단편 모음집

입력
2011.12.0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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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왼발잡이의 토끼의 무덤/강윤화 등 15명/삶이보이는창 발행ㆍ240쪽ㆍ1만원

'노동자, 노, 동, 자, 하고 낯선 단어를 연달아 두 번 중얼거리는'(윤이형의 '은지들' 중) 소녀는 비정규직 노동자지만, 노동자란 말이 낯설다. 우리시대 전태일이란 이름도 엇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너무 오래되고 익숙해서 낯설어져 버린 듯한.

<어느 왼발잡이의 토끼의 무덤> 은 전태일이란 굳고 단단한 노동운동의 상징을 지금 여기에서 되살리려는 시도다. 15명의 소설가들이 전태일을 키워드로 해서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쓴 짧은 단편 모음집. 이시백 김남일 윤정모 정도상 최용탁 등 중견에서 30대의 김도언 손홍규 윤이형 조해진, 20대의 강윤화 등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전태일의 현재적 의미를 소설로 풀어냈다.

손바닥소설, 미니픽션 등으로 불리는 짧은 분량의 소설 형식답게, 작품집에서 전태일이란 상징은 다양한 순간, 다양한 방식으로 출몰한다. 강윤화의 '지금은 여행중'에선 해외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 청춘으로, 조해진의 '서울, 기차'에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기차에 오르는 외국인 노동자로, 손홍규의 '게으름뱅이 형'에선 사고로 중추신경이 마비돼 집에 누워만 있는 게으름뱅이로, 김하경의 '지르 자자! 찍찍!'에선 촛불시위에 참여하는한 가족의 모습으로, 그리고 김남일의'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에선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0.7평의 무덤의 공간으로….

그렇게 전태일은 우리 사회 구석의 고단한 삶, 혹은 저항이나 희망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집중도를 높인 짧은 서사 방식을 통해 전태일이란 상징은 촌철살인의 게릴라처럼 소설 곳곳을 누비는 셈이다. 책을 기획한 소설가 이시백씨는 "글쓰는 이들은 더 이상 전태일 같은 사람이 없는 세상, 그를 피맺힌 가슴으로 불러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며 "그런 꿈이 있는 한 전태일은 도처에 살이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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