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박중훈(45)이 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의자나 참고인이 아니라, 검사들을 상대로 불법 다운로드의 폐해를 설명하는 강사 자격이었다. 박중훈은 절친한 선배인 배우 안성기(59)와 함께 ‘굿 다운로더 캠페인’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대검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지식재산권 부장검사 회의’에서 박중훈은 “영화파일 불법 다운로드의 폐해는 결국 우리 영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높은 극장 수익 의존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반대로 극장 수익이 80%나 되는 반면 DVD 등에 의한 2차 판권 수익은 20%에 불과합니다. 이런 구조가 결국 상업적 색채가 짙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판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가 함께 공존하는 게 영화계 전체가 발전하는 길”이라며 “상업영화들만 득세하면 관객 입장에선 다양한 영화를 맛볼 기회가 사라진다”고 했다.
박중훈은 합법적인 틀 내에서의 우리나라 영화시장 규모(지난해 기준)는 1조4,000억원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 중 2차 판권 수익은 3,000억원 밖에 안되며,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피해액, 즉 ‘부당이득’은 무려 7,0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영화인들의 캠페인이 ‘자상한 엄마’ 역할이라면, 검찰은 ‘엄한 아버지’라 할 수 있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는 곧 우리 영화를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길임을 숙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감히 ‘격려’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검찰에 격려를 보낸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불법 다운로드 근절에 힘을 내 달라”며 말을 맺었다.
한편 대검 형사부(부장 곽상욱)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전국 26개 검찰청의 지식재산권 전담 부장검사들은 영화나 만화 파일 등을 무더기로 올리는 ‘헤비 업로더’나 이를 방조하는 웹하드 업체 단속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불법복제로 인한 지식재산권 피해규모는 총 2조1,172억원으로 이 중 83%가 온라인 상에서의 피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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