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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대건축이라는 욕망' 웅장한 건축물 그곳에 권력이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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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대건축이라는 욕망' 웅장한 건축물 그곳에 권력이 숨쉰다

입력
2011.12.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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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건축이라는 욕망/데얀 수딕 지음·안진이 옮김/작가정신 발행·540쪽·2만8000원

거대 자본과 생산력이 요구되는 건축이 그 자체로 고유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만리장성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역사적인 독재자로 평가 받는 권력자들의 집권 시기에 지어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거대건축이라는 욕망> 은 영국의 건축 비평가 데얀 수딕이 건축의 역사를,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고자 하는 권력자의 욕망과 결부한 책이다. 저자는 건축을 미술사나 기술 발달, 사회 인류학적인 접근으로 바라보는 대신 20세기 유명 건축물을 중심으로 정치적 배경을 밝힌다. 세계 각국의 기념 건축과 역사적 배경, 관련 인물과 사건 등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우선 건축과 국가 권력자와의 관계에 주목한다. 20세기의 대표적인 독재자인 히틀러와 무솔리니, 스탈린, 마오쩌둥은 공통적으로 집권 중 대규모의 건축 계획을 세워 이전 정권과의 단절을 꾀했다. 저자는 이들의 통치 기간에 지어진 대표적인 건축물에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와 이들 집권자들의 의뢰를 받아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들의 면면을 새롭게 조명한다.

거대 건축에 대한 집착은 독재 정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영국 미국 등 규모가 크고 강한 국가들도 웨스트민스터 궁전이나 뉴욕 맨해튼의 고층 건물 같은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랜드마크로서 건축을 활용한다고 언급한다.

국가뿐 아니라 거대 자본과 교회 권력 등의 역학관계도 밝힌다. 미국 최대 교회인 로스앤젤레스 수정교회의 사례에서 보듯 대형 예배당은 선전 효과를 내기도 한다. 특히 거대 자본이 동원되고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대의 건축은 좀 더 여러 가지 모습으로 권력과 결합된다. 아시아 대도시들은 세계인을 끌기 위해 저마다 고층 건물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저자는 사진과 함께 실은 유명 건축물들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시도하면서도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건축주들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며 건축과 권력의 결합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있다.

서구 사회 중심의 시각으로 쓴 책이지만 건축이 부와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에 적용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연 전시 행정의 비난을 사며 진행되는 여러 거대 건축 사업들이 가치 판단이 배제된 순수 건축 활동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 원제는 '거대건축 콤플렉스(The Edifice Complex)'.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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