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를 분산서비스공격(DDoSㆍ디도스)한 범인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등 4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공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상태에서, 선거 당일 새벽시간대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은 출근 전 투표하려던 젊은 직장인들의 투표장 확인을 방해해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여당 의원 비서의 사이버 선거 방해 행위가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의원실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에는 의문점이 많아 그 배후 여하에 따라서는 커다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10월26일 오전 6시15분부터 8시35분까지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혐의로 최구식 의원실 비서 공모(27ㆍ9급)씨 등 4명을 검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같은 날 새벽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공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디도스 공격을 가했다.
지난해 9월부터 최 의원 수행비서, 운전기사 등으로 근무해온 공씨는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친분이 있던 홈페이지 제작업체 대표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 공격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필리핀에 있던 강씨는 한국에 있는 직원 김모(26)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고 같은 회사 직원 황모(25)씨는 공격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가담한 4명은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경남 진주) 동향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홈페이지 공격에 무선랜을 사용하는 등 치밀한 수법과 장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공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해당 의원, 의원실 직원 등 윗선의 지시 여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구식 의원은 이에 대해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자료를 내고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공격은 단순히 공무집행 방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행 목적과 배후 등 사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백원우, 이석현 의원은 경찰의 수사 발표 직후 경찰청을 방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을 만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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