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뛰어들고 싶었다."
마라토너 황영조가 선수시절 한 말이다.
힘든 마라톤 훈련과정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말로 회자된다. 마라톤 경기는 수만 관중의 폭발적인 환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한 경기장에서 기량을 펼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롭고 고독한 레이스.' 마라톤에 딱 어울리는 단어다. 고정된 경기장이 없으니 늘 자기와의 싸움이다. 사실 뛰고 달리는데 특정한 장소가 무슨 상관이랴. 그래서 뛰는 현장이 곧 경기장이 되는 유일한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경부역전마라톤이야 말로 마라톤의 '원형질'에 가장 가까운 대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남녀 마라톤의 현재와 미래가 총출동, '계급장'(실업팀ㆍ대학ㆍ고등부)떼고 제대로한판 붙은 제57회 부산~서울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가 마침내 서울에 입성했다. 대회 엿새째를 맞은 2일 천안~서울구간에서 충북은 모두 9개의 소구간 중 류지산-문정기-김상훈-이민현-조성현-이태우가 차례로 2,3,5,6,7,8소구간을 석권하며 여의도에 선착했다. 충북은 이날 93.1km 레이스를 4시간41분49초에 골인, 경기도를 3분 가까이 따돌렸다. 충북은 이로써 470.3km 레이스 종합기록 24시간38분10초를 찍어, 2위 경기도를 8분54초차로 제치고 대회 6연패를 굳혔다. 3일 서울~임진각(53km) 최종 구간만을 남겨놓고 있어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게 육상인들의 반응이다. 경기도는 이날 김영진과 이두행 등 믿었던 에이스들이 모두 2위에 그치는 등 소구간 1위에도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서울은 조용원과 김태진이 각각 1,4소구간에서 맨 먼저 골인하는 등 안방사수 '결기'를 보였으나 뒷심부족으로 순위를 뒤집진 못했다. 전남의 백승호는 이날 최종 구간(시흥~여의도10.2km)에서도 1위로 골인, 이번 대회 5번 레이스를 모두 석권해 최우수선수(MVP)후보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한편 2001년 제105회 보스턴마라톤 챔피언 이봉주가 부인과 함께 4소구간(송탄~오산)을 찾아 후배들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이봉주는 "20년 넘게 경부역전마라톤을 뛰어 봤지만 서울 입성 구간이 교통이 혼잡해 가장 힘들었다"며 "어려운 환경을 주저하지 않고 힘차게 질주하는 후배들을 보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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