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의 한글본 번역 오류를 정정한 '정오표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인형)는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외교부는 종전의 협정문과 수정 협정문이 모두 공개된 이상 (추가적인) 정보 공개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민과 피고가) 방대한 분량의 협정문을 일일이 대조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자료를 공개했을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외교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협정문의 번역 오류로 인한 개정 내용이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공표되면 한미 FTA 협상에 관한 사회적 합의 형성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어 (협정문은) 고도의 공익적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소송 진행 중 이미 미국 내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 데다 협정문안 자체에 관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협상 전략이 노출되거나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교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교부는 2007년 한미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협정문 한글본을 공개했으나, 지난 6월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잘못된 번역이 166건, 맞춤법 오기 9건, 번역 누락 65건, 번역 첨가 18건, 일관성 결여 25건, 고유명사 표기 오류 13건 등 총 296건의 오류를 찾아내 정정한 뒤 구체적인 정오표 공개 없이 수정 협정문만을 공개했다. 민변은 이에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정오표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다.
한편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법원이 정부의 일방적인 FTA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적절하게 지적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