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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FTA 논란/ 판사들 '재협상TF' 찬반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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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FTA 논란/ 판사들 '재협상TF' 찬반 갈려

입력
2011.12.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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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위해 법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에 나서야 한다." 김하늘(43)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올린 글을 계기로 법원 내부에 'FTA 재협상' 찬성 기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과 일선 법원장들이 직ㆍ간접적으로 법관의 의견 표명에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 법원의 내홍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부장의 글이 올라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170건의 댓글을 단 판사들은 대부분 "전문가인 법관이 법률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향후 미국과 법적인 분쟁이 벌어졌을 경우 우리 법원이 아닌 제3의 중재기구가 판단을 한다는 투자자국가제소권(ISD) 조항 등 한미 FTA로 인해 사법주권이 훼손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판사는 댓글을 통해 "사법부가 (법원과 직결된 것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자책했고, 또 한 판사는 "법률에 준하는 조항에 문제가 있다면 사법부가 당연히 의견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직접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적극 찬성하는 판사들도 있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률을 연구한다는 차원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보고,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동조했다. 또 다른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2,400명에 달하는 전국 판사 수에 비해 170명은 소수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판사들이 김 판사 글로 인해 한미 FTA를 '그들만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FTA 재협상'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법관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페이스북을 통해 FTA 비준을 직접 비판했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 역시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FTA로 인해) 우리 법원의 재판권, 주권 중에서 사법권이 박탈되고 있어 다른 판사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부인 외교부가 관장하고 있는 FTA 협정안을 두고 사법부가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법원이 행정부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주장하는 법원이 오히려 3권분립의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TF가 구성돼 대법원 차원에서 재협상에 대한 결론이 모아질 경우 그것이 법원 전체의 주장으로 이어져 기관 사이에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한 부장판사는 "예를 들어 국회에서 법을 어긴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이유로 징계를 하지 않을 때 법원이 면책특권 조항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결론으로 징계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냐"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월권'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이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일부 법원에서는 법원장이 직접 나서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한 법원에선 내부게시판의 글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 것과 FTA 비준과 관련해 개인 의견 제시에 신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법원장은 물론 일부 부장 판사들이 나서 김 부장의 글에 동의 댓글을 단 단독 또는 배석 판사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있어 이로 인한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이 사법연수원 동기 모임 등을 마련해 논의를 계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미 FTA를 둘러싼 내홍이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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