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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한미 FTA 재협상 TF구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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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한미 FTA 재협상 TF구성" 제안"

입력
2011.12.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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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위한 법원행정처 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한 김하늘(43)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왜, 어떤 경위로 "한미FTA는 불평등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일까.

김 부장은 1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올린 글 서두에서 먼저 "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린다"며 스스로를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만큼 처음에는 "한미FTA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작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문에 한미FTA의 내용 파악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미FTA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막연한 찬성'에서 '막연한 반대'로 바뀌었다고 김 부장은 밝혔다. "한미FTA는 여러 독소조항을 품고 있고, 특히 사법주권의 명백한 침해"라고 주장한 그가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된 부분은 크게 5가지다.

김 부장은 우선 "한미FTA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는데, 미국에 있는 것은 그대로 존속한다"고 주장했다. 성문법 국가인 우리나라에선 한미FTA가 발효되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발휘하게 돼 '신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불문법 국가인 미국은 국회에서 만든 이행법안을 통해 "주 법률이 협정에 불합치하다는 점을 이유로, 효력이 없다는 선언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김 부장은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미 FTA는 개방을 유예ㆍ제한하는 분야만 협정에 적시를 하고 나머지는 완전 개방의 방식인데, 이렇게 되면 현재로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릴 때 우리나라가 이를 보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과 맺은 FTA처럼 선진국인 미국과는 '포지티브' 방식의 개방을 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번째는 '역진 방지 조항'(한번 개방한 수준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거론했다. 김 부장은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제도를 예로 들어 "한번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면, 우리 영화산업에 피해가 발생해도 다시 100일로 늘릴 수 없다"며 "역진 방지 조항은 우리 경제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족쇄"라고 비판했다.

네 번째는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이다. 김 부장은 "우리 정부의 세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중소기업 육성정책 등으로 인해 외국 투자자에게 간접적으로라도 손실을 안기면 이를 보상해줘야 할 수 있다"며 "이런 간접적인 피해액이나 기대이익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논란의 핵심인 투자자 국가 제소권(ISD) 조항을 언급했다. 김 부장은 이에 대해 "본질적으로 우리의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라며 "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분쟁에 대해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 권리 구제를 맡겨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왜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나"라고도 했다.

김 부장에 글에 대한 일선 법원 판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판사들은 "이런 식으로 행정부 영역을 침범하면 사법부 독립도 훼손될 수 있다", "본 취지가 어떠하든 위험한 생각"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한미FTA가 법원에 미칠 영향도 있으니 논의를 해 보자는 취지인데 확대해석은 금물", "법률전문가들이 올바른 대응책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동조를 표시하는 판사들도 상당수였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비판했던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정부가 한미FTA와 관련해 사법부에는 공식적으로 의견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부장은 ISD 조항과 관련해 사법권력의 당사자로서 의견을 내놓은 것인데,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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