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달 8일 SK그룹 압수수색 이후 '예리한 칼로 환부만 골라 신속 정확하게 도려낸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의 환부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을까. 최재원 부회장이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검찰의 다음 수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비록 기각되기는 했지만 최 회장 형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통해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최 회장 형제라는 걸 내비친 바 있다. 이날 최재원 부회장의 소환을 두고 형인 최태원 회장 소환에 앞선 전초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검찰은 2008년 10월 SK텔레콤, SK C&C가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497억원을 횡령하고, 한 달 뒤 다시 계열사 자금 495억원을 유용해 이를 베넥스에 변제 형식으로 넣는 과정에 최 부회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측은 그룹 오너의 횡령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베넥스 김준홍(46) 대표를 구속해 최 부회장의 범죄사실 입증에 한 발 더 다가선 상태다.
최 부회장이 SK의 베넥스 출자금 230억원으로 자신의 차명주식을 고가에 팔았다는 사실을 검찰은 상당 부분 확인한 상태로, 검찰 주변에서는 최 부회장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횡령 액수를 감안하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심은 최태원 회장에까지 사법처리의 칼날이 미칠 것인가 하는 것. 횡령 과정 전반을 꿰뚫고 있는 김 대표가 최 회장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도 현재로서는 최 회장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수준의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넥스라는 제3의 회사를 거치기는 했어도 결국은 SK 계열사 돈을 빼내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사용했다는 전체적인 사건 구도상, 선물투자의 당사자이자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알지 못한 채 횡령이 이뤄졌다는 수사 결론은 여론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고민이다. 최 부회장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2008년 당시 SK가스 대표직 외에 그룹 내 별다른 직책이 없던 그가 핵심 계열사들에게 횡령을 지시했다는 논리는 법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또다른 베넥스 전현직 임원 2명으로부터 베넥스 자금 500억원 유용과 관련해 "최 회장이 사전 의논 또는 보고 관계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최 회장까지 갈 수사의 물꼬는 어느 정도 튼 상태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 같은 강경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SK가 재계 서열 3위의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수사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 부담이다. 결국 최 회장 사법처리 여부와 그 수위를 정하는 데는 검찰 수뇌부의 결단과 여론의 추이가 상당부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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