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이 화물선을 나포한 뒤 다른 나라 선원들은 모두 풀어주면서 유독 우리 선원들만 억류한 채 '아덴만의 여명'작전 당시 잡힌 해적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인 선원 4명을 포함해 25명의 선원이 탄 싱가포르 선적인 제미니호는 지난 4월30일 케냐 몸바사항 남동쪽 300km 해역에서 피랍된 뒤 그간 선사 대 해적간 협상이 진행돼 왔으나 해적들이 새로운 요구 사항을 들고 나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외교통상부는 1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협상 타결로 해적들이 떠난 뒤에 관계자들이 승선했는데 다른 나라 선원 21명만 있고, 한국인 4명은 없었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선사는 지난달 29일 24시간 이내에 제미니호를 떠나는 조건으로 피랍 선박과 선원 전원에 대한 협상금을 해적에게 지불했지만 해적들이 배를 떠나면서 한국인 선원들을 끌고 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해적의 속성상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몸값'을 더 받아내려는 꼼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인 선원을 내세워 해적들의 석방을 집요하게 요구해 온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더구나 이들이 한국인 선원을 데리고 소말리아 내륙으로 들어갔을 경우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재피랍과 관련, '피랍 시 선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협상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인접국 등 다른 나라와 정보 공유를 통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구도가 '정부 대 해적'으로 바뀌면 협상이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해적의 목적은 돈에 있기 때문에 인질에 대한 신변이 위협당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게다가 제미니호를 납치한 해적과 아덴만 작전시 사살된 해적이 연계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은 이날로 피랍 216일째로 최장기 납치 사태로 기록된 삼호드림호(217일만에 석방)의 피랍 기간을 넘길 전망이다.
한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서 아브디라힘 아브디 아비카르 소말리아 외교차관과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아비카르 차관은 "본국에 돌아가 납치 세력의 정체를 파악,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 돕겠다"고 답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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