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은 순간의 실수로 레슬링과 가족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릴 뻔했다. 영구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눈물로 열흘 밤을 지새웠다. 유치장에서 '암흑' 같은 나날을 보냈던 소년은 이제 다시 환하게 웃고 있다. 레슬링 매트로 돌아온 그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다.
몽골 출신의 레슬링 유망주 최대원(18ㆍ청량고2)은 1일 강원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제5회 전국종합레슬링선수권 그레코로만형 58㎏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몽골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레슬링에 입문했지만 그레코로만형의 첫 도전무대임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중학교 시절 전국대회를 평정했던 최대원에게 레슬링은 유일한 희망의 끈이다.
지난 3월 우발적인 실수를 저지른 최대원은 '레슬링으로 아버지의 자랑이 되겠다'는 꿈이 산산조각 날 뻔했다. 그는 '퍽치기' 혐의로 기소돼 추방 위기에 놓였다. 같이 범행을 저지른 3명의 몽골 친구들은 모두 추방이 된 상태였다. 어깨가 축 늘어진 소년을 위해 양아버지 최지환(47)씨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최씨는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애원과 함께 레슬링 선수들의 서명을 받았고, 30장이 넘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결국 법원이 부정(父情)에 감동했고, 최대원은 레슬링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최대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서울 가정법원장은 장학금 50만원까지 주기도 했다.
레슬링 매트에 다시 선 최대원은 더 이상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끌어안고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어요. 아버지가 '한 번 실수는 괜찮지만 두 번은 안 된다'고 말씀했던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쓴 반성의 편지도 있다. '앞으로 좋은 일로 TV에서 볼 수 있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습니다. 키워주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원은 "재판이 끝나고 판사님을 다시 만났는데 '안 좋은 일은 좋은 일이 있기 위해 거쳐가는 것이다. 앞으로 올림픽 등을 통해 TV로 만나자'며 응원해 주셨어요"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2006년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이모와 결혼한 최씨의 입양아가 됐다. 2009년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최대원은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레슬링에 '청춘'을 받치고 있다. 168㎝, 63㎏의 최대원은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확실히 고등부에는 실력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힘과 기술을 더 키워야겠어요"라며 "TV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선수가 돼 저를 응원하는 분들에게 보답하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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