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인가, 미얀마인가.
미얀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연설문 작성자들이 색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미얀마와 버마 중 어떤 국명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미국과 미얀마 양국에 국명만큼 심각한 현안도 없다. 버마 또는 미얀마란 이름이 지닌 정치적 함의가 무척 다르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1989년 민주화 시위 진압 뒤 국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다. 국제사회가 국가 이름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버마는 당연히 미얀마로 불려야 했다. 그러나 군부가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를 연금하고 선거를 무효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는 군부를 압박하고 수치 여사를 지지하는 뜻에서 미얀마가 아닌 버마라는 국명을 사용했다. 양국은 올해 1월 이 문제로 유엔에서 대치하기도 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버마 대표단”이라고 하자 미얀마 측이 발언을 제지해 의장이 중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라이스 대사는 국명을 말하지 않는 방법으로 끝까지 ‘미얀마’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클린턴 장관 방문 때 되도록 미얀마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용어를 사용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마를 직접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미얀마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논의 끝에 ‘여러분의 나라’ ‘이 나라’ 등의 표현을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명 논란은 미얀마 내부에서도 22년째 계속되고 있다. 수치는 버마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러나 소수 민족들은 버마족이 최대 민족이기 때문에 미얀마를 더 선호하며 일부 민주화 인사들도 미얀마가 보다 포용적이라고 평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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