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높아가는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약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기존에 잘 나가는 약들의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양한 약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환자로선 나쁠 게 없다. 물론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약은 새 것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환자 자신에게 꼭 맞는 약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당뇨병치료제, 4차례 탈바꿈
진화가 가장 빠른 약 가운데 하나가 당뇨병치료제다. 당뇨병은 몸 속 췌장에서 당을 분해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해 분해되지 않은 당이 피 속을 돌아다니다 소변으로 배출되는 질환이다. 제약업계에선 당뇨병치료제를 크게 4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 치료제는 췌장을 직접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설포닐우레아)이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나 혈당 수치와 관계 없이 췌장을 계속 건드리기 때문에 오히려 당이 너무 빨리 분해되면서 저혈당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2세대 치료제는 간에서는 당 생성을 억제하고 근육과 지방에선 당 소비를 촉진하는 약물(비구아나이드)이다. 췌장을 건드리지 않는 간접적인 치료법인 셈이다. 인슐린과 반응하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내 인슐린을 활성화시키는 3세대 치료제(치아졸리딘디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2세대 치료제는 복용 후 구역질이나 설사, 복부팽만감 등이, 3세대는 붓거나 몸무게가 느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최근에는 기존 약들의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는 4세대 치료제가 주목 받고 있다. 혈당 조절을 방해하는 효소(DPP-4)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당뇨병 환자는 몸 속에 당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DPP-4가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DPP-4 억제 약물은 DPP-4의 활동을 방해해 인체가 필요한 경우에만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안약, 불필요한 성분 빼기
안과 약들은 이른바 '마이너스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눈에 직접 넣는 안약은 한번 개봉하면 적어도 며칠씩은 두고 쓰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안약에는 대부분 방부제나 보존제를 넣는다. 공기 중에 두고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오래 써도 쉽게 상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존제가 들어 있는 안약을 계속해서 쓰면 각막세포가 손상되거나 안구건조증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돼왔다. 눈이 아프고 따가운 느낌, 이물질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 타는 듯한 느낌도 보존제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
이에 제약업계에선 요즘 염화벤잘코늄 같은 보존제 성분을 뺀 안약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눈물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부터 최근에는 보존제를 뺀 전문의약품인 녹내장치료제도 선보였다. 보존제를 뺀 뒤 포장을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용기로 바꾼 안약들도 여럿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성공제 교수는 "외국에서 보존제를 넣은 안약과 넣지 않은 안약을 녹내장 환자들에게 넣어보니 무보존제 안약을 쓴 환자들은 안구질환이나 과민반응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눈에 굳이 필요 없는 보존제 성분을 어쩔 수 없이 약과 함께 넣어야 하는 찜찜함이 사라졌으니 환자로선 반가운 일이다.
항암제도 파스 붙이듯
최근에는 파스처럼 붙이는 편리한 항암제도 나왔다. 암 환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통증이다. 때문에 항암치료 동안 보통 진통제를 함께 쓴다. 기존 진통제는 주로 먹는 약이다. 그런데 먹는 약은 위와 장 같은 소화기를 통해 흡수된 뒤 간을 지나서 온몸을 순환하는 피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소화기에서 한번 대사가 이뤄지는 바람에 약물의 일부만 혈관을 돌면서 효과를 나타낸다. 그만큼 생체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화기가 약한 환자는 위나 장 관련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약이 패치형 진통제다. 피부에 붙여 놓으면 정해진 시간 동안 소량의 약물성분이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방출되는 방식이다. 한국산도스 관계자는 "약물이 피부에서 혈액으로 직접 이동하기 때문에 간을 비롯한 소화기 기능장애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환자가 매번 시간을 맞춰가며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불편도 없어 만성통증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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