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다리 위에 머리를 얹어 포인트를 줬어!"
운동복 바지를 목까지 치켜 올린 황당한 패션의 개그우먼이 모델 같은 도도한 눈빛으로 음악에 맞춰 포즈를 취하며 "스타~일!"을 외친다. KBS 개그콘서트 '패션 No.5'의 한 장면. 스타일이 경쟁력인 시대다. 별난 패션이 주목 받는 현실을 재치 있게 표현한 개그 코너도 덕분에 인기를 모은다. 날씨가 추워져도 스타일을 살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나친 스타일링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킬 힐, 킬 연골
여성 패셔니스타의 기본 아이템은 하이힐이다. 그러나 굽 높은 신발을 즐겨 신으면 연골이 점점 약해진다. 특히 남성에 비해 관절이나 근육이 약한 여성은 하이힐 때문에 무릎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무릎뼈 뒤에 있는 연골은 평소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할 때 생기는 마찰을 줄여주고, 무릎관절 전체를 지탱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만약 이 연골이 비정상적인 압력을 계속 받으면 말랑말랑해지고 색이 변하다 결국 점점 없어진다. 연골연화증이다. 연골 표면은 건강할 땐 단단하면서 반짝이는 흰색이지만, 연골연화증이 생기면 갈라지고 닳아 너덜너덜해진다. 심하면 거의 파괴돼 연골 아래 뼈가 노출되기도 한다.
연골연화증이 시작되면 쪼그리고 앉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오랜 시간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 앞쪽이 뻐근해진다. 초기엔 간단한 약물치료와 휴식만으로도 호전되지만, 방치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관절척추전문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은 "2006년부터 5년간 연골연화증으로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 2,515명을 조사한 결과 20대부터 환자 수가 급증하며, 30대부터 여성 비율이 남성에 비해 약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염의 천적, 니트
겨울 스타일링에는 니트 빼놓을 수 없다. 스웨터뿐 아니라 목도리, 넥 워머 같은 니트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을 갖고 있다면 니트는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먼지가 잘 달라붙는 특성이 있어 비염 증상을 자칫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털을 가공해 만든 알파카나 캐시미어 같은 소재의 옷은 잘못하면 먼지뿐 아니라 세균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벨벳은 한술 더 뜬다. 정전기가 쉽게 일어나 먼지가 한번 달라붙으면 잘 털어내기도 어렵다.
이런 소재들은 집에서 물빨래하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게 된다. 문제는 드라이클리닝 이후. 비닐에 싼 채로 보관했다가 바로 꺼내서 입는 경우가 많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이용배 원장은 "화학성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옷에 남아 호흡을 통해 들어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며 "드라이클리닝 후엔 비닐 커버를 바로 벗기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하루 정도 걸어둔 다음 입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목도리나 워머는 거의 매일 착용하면서도 다른 옷에 비해 세탁에는 소홀하게 마련이다. 특히 목도리는 코나 입을 직접 감싸기 때문에 숨쉬면서 묻은 각종 세균이 그대로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다.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이상은 빨거나 햇볕에 말려야 한다.
질염 피부염 부르는 스키니
스키니는 올해 여성 패션의 키워드 중 하나다. 대표 아이템이 스키니진과 레깅스. 엉덩이를 감싸는 긴 상의와 함께 입으면 통통한 몸매는 감추면서 쭉 뻗은 다리 라인은 뽐낼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러나 몸에 착 감기다 보니 통풍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강서미즈메디병원이 최근 내원한 21~39세 여성 환자 3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242명이 스키니진이나 레깅스를 입었을 때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속옷에 밀착돼 있어 분비물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는 대답이 25.2%로 가장 많았고, '평상시보다 분비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가 24.6%로 뒤를 이었다. '속옷에서 냄새가 더 많이 나는 것 같다'(16.4%)거나 '외음부에 가려움을 더 많이 느낀다'(16.1%)는 대답도 있었다.
이 병원 산부인과 김나영 과장은 "질 분비물을 방치하면 세균이 생겨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질염은 통풍이 안 되면 악화하는데,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염으로 발전하면 불임이나 유산, 조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가임기 여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키니진이나 레깅스를 입을 땐 속옷을 자주 갈아입는 게 좋다. 그게 어렵다면 팬티라이너 같은 속옷 대용품을 수시로 바꿔 가며 쓰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에는 몸에 달라붙는 옷이 피부를 손상시킬 가능성도 커진다. 일조량이 줄고 건조해지면 상대적으로 작은 마찰에도 피부가 쉽게 자극을 받는다. 타이트한 스키니진이나 레깅스가 피부 표면과 계속 접촉하면서 미세한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얘기?
건선아토피전문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은 "상처가 난 자리에 건선 같은 피부염이 생기는 걸 '케브너현상'이라고 부른다"며 "이를 막으려면 품이 넉넉하고 소재가 부드러운 옷을 입는 게 좋고, 달라붙는 옷을 입고 난 뒤엔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혈액순환을 도와 주면 좋다"고 말했다.
다크서클 만드는 스모키 메이크업
가을과 겨울에는 여성들의 눈매가 깊어진다. 아이라인을 짙고 어두운 색으로 강조하는 스모키 메이크업 덕분이다. 눈이 또렷하고 커 보이는 데다 묘한 분위기까지 연출할 수 있다. 눈 밑에 드리운 다크서클까지 가려주는 효과도 내심 기대한다. 하지만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눈가는 다른 부위에 비해 피부세포가 절반밖에 안 되는데다 세포층 두께도 5분의 1 정도 더 얇다. 외부 자극에 그만큼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훈성형외과 우동훈 원장은 "스모키 화장으로 눈가를 계속 자극하면 화장품의 색소가 쌓이면서 다크서클이 더 진해지거나 없던 다크서클까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크서클 부위를 살짝 당겨 펴보면 전체적으로 피부색이 약간 밝아지면서 색소가 침착된 부위만 거뭇거뭇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게다가 눈 화장이 진하면 지우면서 눈가를 더 자극하게 되고,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아 오히려 색소가 계속 남는 경우도 많다. 눈 밑을 밝게 하려면 눈가 피부를 자극하지 말고 보습제 등으로 수분 공급을 꾸준히 하는 게 우선이다.
피부 자극하는 앞머리
남녀 불문하고 패션의 주요 컨셉트는 뭐니뭐니해도 동안(童顔) 스타일링. 동안 얼굴을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앞머리가 꼽힌다. 별다른 화장이나 시술 없이도 앞머리를 이마 위로 내리면 한층 어려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다. 머리카락에 묻어 있는 불순물이 알게 모르게 계속 이마에 닿고, 이마에서 나오는 피지와 섞이면서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동안 스타일링이 되레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셈이다.
우 원장은 "이마는 얼굴의 전체적인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시원하게 드러내 보이면 입체적인 효과가 나면서 더 예뻐 보일 수 있고, 가릴 때보다 밝은 인상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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