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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얀마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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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얀마의 변신

입력
2011.12.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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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최악의 폐쇄국가, 인권억압 국가로 꼽혀왔다. 그런 미얀마가 지난해 11월 총선과 올 3월 민간정권 이양을 계기로 눈부신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먼저 2003년 이후 8년간 이어져온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이 해제됐다. 정치활동을 재개한 그녀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노동자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보장, 정치범 석방 등 대대적 사면ㆍ감형 조치, 검열 완화, 국가인권위 구성 등의 조치도 잇따랐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별 기대 없이 미얀마 제재를 계속해온 미국과 EU의 예상을 깬 변화다.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 50년, 1988년 신군부 등장 이후만 해도 20년 넘게 군부 강경파가 지배해온 미얀마를 달라지게 한 요인이 무엇일까. 미국과 EU 등 서방세계의 지속적인 제재 효과만으로 보기에는 좀 그렇다. 어떤 면에서 서방세계의 제재는 미얀마 군부강경파에는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미얀마를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고 주민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한 측면이 컸다. 미국의 대 쿠바 제재조치와 사담 후세인 시절의 대 이라크 제재가 독재자를 변화시키는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 서방세계의 제재는 미얀마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북한과의 검은 커넥션 배경이 되기도 했다. 1997년 아세안(ASEAN) 국가들은 미국과 EU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미얀마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아세안은 미얀마의 인권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무역 확대 등을 통해 미얀마의 입지를 키워주었다. 미얀마는 2013년 동남아시아게임 개최와 함께 2014년에는 아세안 순회의장국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미얀마 새 정부가 공언한 개혁조치의 실천이 불가피하다. 아세안의 햇볕정책이 미얀마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 중이다.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0년 만이다. 일련의 개혁조치에 대한 호응이지만 아시아 회귀 외교 전략 차원에서 중국 견제의 의미가 더 도드라진다. 미국이 명분에 집착해 미얀마의 지정학적 가치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예속을 우려한 미얀마가 오래 전부터 관계개선 신호를 보냈지만 미국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테인 세인 대통령을 예방해 정치범 전원 석방 등 추가 개혁조치를 촉구하고 수치 여사와도 만나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뒷북을 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계성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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