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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럽의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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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럽의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입력
2011.12.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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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지도자들은 지루한 합의과정 끝에 그리스 등 유럽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금년 들어 벌써 세 번째 나온 종합대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과감하지 못한 뒷북 대책들

첫째로 지금까지의 대책은 재정적자 규모만을 줄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을뿐 채무국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배양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나 개인의 채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 평가할 때 소득에 대한 채무의 비율을 사용한다. 따라서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려면 분자인 채무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분모인 소득을 늘리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취약국의 분모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대책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씀씀이를 줄이는 방식만을 이용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채무자의 소득이 감소하게 되는데, 그리스의 경우 소득에 대한 채무의 비율은 202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신속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원화 약세를 통한 수출 증가에 힘입은 바가 컸다. 하지만 그리스 등 유럽 재정취약국들은 통화가 유로화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환율의 대폭적인 약세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임금 등 생산요소의 명목가격을 대폭 삭감하거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인데, 유럽 재정취약국들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금의 대폭적인 삭감 밖에는 방법이 없다.

둘째로 정책이란 무릇 시장의 기대에 앞서 나가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번 대책은 종전 대책과 마찬가지로 '뒷북'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들을 보면서 1997년 10월부터 12월초까지 우리 정책당국이 위기 방지를 위해 내놓았던 종합대책들이 떠올려진다. 당시 정책들은 개별적으로는 모두 획기적이었지만, 종합대책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럽위기가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개인이건 국가건 과다한 채무가 위기를 촉발시키게 되면 이를 수습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큰 것은 과다한 가계부채를 들 수 있다.

가게부채 방치는 재앙

두 번째로는 개인이건 국가건 부채를 줄이는 방법에 있어서 부채규모를 줄이는 것과 함께 부채상환 능력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은퇴에 따라 소득이 대폭 감소하게 되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인 가계부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가까운 장래에 큰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으며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수습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더 이상 저하되지 않는 시점에서 미리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김성민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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