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마라토너.'
이두행(30ㆍ고양시청)의 이름석자 앞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두행은 고교(목포기계공고)때부터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은 올해 데뷔했다. 지난 4월 대구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6분53초로 국내선수론 1위에 오른 것이 풀코스 '첫 경험'이었다. 지영준(코오롱)을 비롯한 동년배와 비교하면 7년 이상 늦은 셈이다. 하지만 10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선 2시간19분대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서서히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두행은 "20대 땐 체력적으로 마라톤은 무리였다. 5,000m와 1만m가 몸 상태와 맞아 그렇게 됐다"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많은 육상인들은 이두행의 늦은 마라톤 데뷔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두행은 그러나 꾸준히 중장거리부문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경부역전마라톤도 12년째 연속 출전 중이다. 10년 아래 혈기왕성한 후배들과 맞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기량을 겨루고 있지만 레이스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맏형으로서 든든한 모습으로 경기도 팀을 이끌고 있다. 이두행은 이번 대회에선 4차례 소구간 레이스에 나서, 1위 2번, 3위 2번을 차지했다. 이두행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마라톤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처럼 대기만성 마라토너가 되고 싶다"며 "나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살배기 아들(이주한)에게 아버지로서 당당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양시청 마라톤 윤한원 감독은 "이두행은 관록으로만 보면 대한민국 최고의 육상선수다. 하지만 마라톤에선 새내기다. 중장거리에서 탄탄한 기량을 쌓은 만큼 마라톤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다만 체력적으로 처지지 않도록 보강해주는 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천안=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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