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고충 이해시키고 부부 상담을 한번 받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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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요즘 직장이 없어 시댁 도움을 받고 있어요. 남편은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직장조차 부모님이 알아봐 주셔서 구했죠. 그래서인지 자격지심이 많아요. 심지어 절 이기고 싶대요. 직장 잃고 힘든 것도 다 제 탓이래요. 그렇게 살아온 남편이 안쓰러워 감싸 안고 아이들을 위해 힘을 합쳐 살자 여러 번 제의했지만 그런 노력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어요. 저는 한번도 남편을 이겨야 할 상대로 생각한 적 없어요.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합니다. 시댁 식구들도 저한테 싸늘해졌고, 남편은 이제 폭행까지 해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요. 부딪칠 때마다 저도 아이들도 고통 받는데, 남편은 화가 나면 당연히 그럴 수 있고 별거 아니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혼 9년차 주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군요. 사면이 모두 막힌 것 같은 느낌입니다. 보통 가정이라면 시댁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배우자가 들어주면서 해소해주지요.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열등감이나 경제적 무능력 때문에 그냥 순간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하고, 아예 아내 위에 군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내로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적절한 배출구가 없으니 점차 더 견디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아내의 환경이나 능력 등이 자신보다 낫다고 여겨질 때 남편이 이를 있는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한국 남자들의 정서에 아내보다 나은 위치이고 싶다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아직 깔려 있는 거죠.
남남이었던 사람들이 부부의 인연으로 함께 살다 보면 당연히 서로 불만이 생길 수 있죠. 상대방에게 그 불만을 이야기하게도 되고요. 그런 대화를 할 땐 무엇보다 단어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 섞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단어를 써버릴 수 있으니까요.
딱 이거다 싶은 해결방법을 말하기 참 어렵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분명치 않아서요. 우선 자신이 지금 참 어렵다는 점을 남편에게 한번 더 토로하고 이해시키도록 해보세요. 단 강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공격적인 단어를 쓰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요. 그리고 부부 상담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상담 김영철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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