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철순 칼럼] 종합 편법ㆍ편파 방송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철순 칼럼] 종합 편법ㆍ편파 방송

입력
2011.12.01 12:01
0 0

어제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4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종편채널 당사자들은 미디어업계의 지각변동이니 미디어 빅뱅이니 하지만, 반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합동 개국 축하쇼 ‘더 좋은 방송 이야기’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종편사들은‘판을 뒤엎는 TV’‘세상에 없던 TV’라고 자신들을 알리고 있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 비꼰다면, 세상에 없던 일을 하면서 출범한 종편은 미디어 판을 뒤엎는 행패 부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선 셈이다.

편법과 압력으로 빚어낸 채널

종편의 문제점은 편법과 편파,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2009년 7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언론관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종편채널이 개국하기까지의 전 과정은 편법과 특혜로 얼룩져 있다. 법 자체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에 대한 유ㆍ무형의 압력과 온갖 특혜를 통해 종편을 탄생시켰다.

낳았으니 키워야 하고 먹여 살리고 입혀줘야 한다. 제대로 자라나 사람 구실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사생아를 만들 수야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아닌 민간 상업방송인데도 KBS 1이나 EBS처럼 전국 권역으로의 재송신을 의무화하고 광고영업을 마음대로 하게 허용했다. 종편 채널을 방송하는 케이블과 위성방송 사업자들에게는 다른 채널을 빼서라도 종편에 좋은 채널을 주라고 종용하고 압박했다.

광고 프로그램 편성에서는 지상파와 달리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국내제작 프로그램의 의무편성 비율도 60~80%인 지상파와 달리 20~50%로 낮췄다. 외주제작물의 비율도 지상파가 전체 방송의 40% 이내인 데 비해 종편은 주시청 시간대의 15% 이내로 느슨하게 했다.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의 이점을 골고루 종합한 것이 종편채널이다.

이렇게 특별 배려를 받고 태어난 종편채널은 문자 그대로 ‘더 좋은 방송’이 될 수 있을까. 태생이야 어떻든 전국 의무 전송의 명분으로 삼은 ‘문화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위해 기여한다면 다행이지만, 하나같이 보수매체라는 점에서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종편 4사 중 방송에 처음 진출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발행부수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의 72.8%에 이른다. 이들은 이제 종이매체에 고착돼 있던 자신들의 어젠다를 시청자들의 영상감각에 직접 호소할 수 있게 됐다. 매체구도의 보수 획일화로 인한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더 좋은 방송’의 첫 번째 요건은 독립성 확보일 텐데 신문과 달리 천문학적으로 필요한 돈과 광고를 제대로 댈 수 있을까. 종편의 광고 시청률은 지상파 평균 광고시청률 2.0~2.5%의 25% 수준(광고주협회 설문조사)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청률이 낮은 데다 광고시장은 제한된 상황이므로 무리와 편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광고를 낼 경우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로 한 곳도 있다. 그런 처지에 독립성과 공공성을 말할 수 있을까. 저축은행 비리가 터져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 자신들에게 투자한 저축은행을 신문 지면을 통해 교묘하게 비호한 곳도 있다. 신문과 방송이 융합된 왜곡 시너지ㆍ편파 승수효과가 걱정스럽다.

종편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며 종편끼리의 치열한 경쟁의 과실은 결국 국민 몫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종편은 광고시장을 왜곡하고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며 다른 매체들에 큰 타격을 입혀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공정성, 여론의 다양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모니터단을 구성해 여론 왜곡과 편파적 보도 감시활동에 나선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특혜의 대가 기대하지 말기를

그런데도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 제정을 포함해 올바른 언론 지원ㆍ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치권은 지금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총선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발족한 종편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것일까. 그러나 좀 안 된 말이지만 언론은 은혜를 기억하지 않는다. 아니, 필요할 때까지만 기억하고 그 다음부터는 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종편을 낳고 기르느라 애쓰고 있는 정부 사람들의 행로가 궁금할 뿐이다.

yc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