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의 단축이 임금저하나 노동시간 유연화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민주노총)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데도 노동조합이 임금보존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용노동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1일 2012년 역점사업을 발표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 화두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최근 완성차업계의 불법 연장근로 실태를 점검하고 엄중 단속을 공언했다. 일견 '장시간 노동 근절'에 한 목소리를 내는 듯하지만, 어떻게 단축할 것이냐를 두고 견해차가 있어 내년 노동계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49시간)보다 450시간이나 길다. 상시적인 초과노동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내년에는 '99%의 행복, 살맛나는 칼퇴근'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해 온 사측은 시간을 줄이면 생산량이 줄기 때문에 노조가 임금을 낮추거나 노동강도를 높이는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1대당 생산시간(HPB)은 31.3시간(2009년)으로 혼다(23.4시간)이나 GM(23시간)보다 길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간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방식에서는 사측과 마찬가지로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길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근로시간은 줄이되 근로시간의 총량은 확대해 일하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며 "근로자들이 최소한 생산성 제고에는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노동계는 '삶의 질 향상'의 측면에서 임금보존을 전제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기업의 시설투자나 설비개선이 뒤따라야지 노동시간 단축을 임금감소와 노동강도 강화와 맞바꾸겠다는 것은 노동자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의 산재율을 감안하면 노동강도를 높이자는 사측 주장은 자칫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휴일 근로시간은 주간 연장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도록 한 현행 법을 방치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 2013년부터 주야간 맞교대를 주간 2교대로 바꾸기로 합의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10년 가까운 논의 끝에 노사'임금 보존'및 '추가 설비 투자'에 동의했지만 '노동강도 강화'부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접점을 못찾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노동시간 축소문제보다는 임금향상에만 관심을 가졌던 노동계와, 기업들의 법정 근로시간 준수에 대한 감독을 소흘히 했던 정부 모두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며 "현재 40시간인 주당 노동시간은 늘려주되 하루 최대노동시간과 휴일노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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