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종합편성채널이 어제 합동 개국축하쇼를 펼치며 방송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디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탄생 배경, 개국 전부터 보여온 행태, 프로그램들을 보면 여론의 다양성이나 미디어의 경쟁력 향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어떤 변명을 늘어놓아도 종편은 이명박 정부와 거대 보수신문이 만들어낸 일종의 ‘기획상품’이다.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달리 거대 보수신문들에게 방송까지 주어 여론과 광고수익을 독과점하게 해주었다. 정부는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을 무시한 채 무려 4개 채널을 허가하고 온갖 특혜시비에 휘말리면서도 이들을 밀어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종편은 그야말로 ‘황금알’이다. 신규방송이면서 15~19번의 채널번호를 받았고, 공영방송도 아닌데 진입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케이블 의무 재전송을 부여 받아 광고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여기에 손발을 맞추기라도 하듯 방송통신위원회와 여당은 미디어렙 입법을 미루어 종편이 멋대로 광고영업까지 하게 풀어놓았다. 그 부작용인 광고시장에서의 약탈과 교란은 이미 시작됐다. MBC와 SBS까지 독자 광고영업에 나섰고, 신문의 위세를 등에 업은 종편들의 광고경쟁과 강요로 기업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혜는 방송 구성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의 경우 10%인 광고시간을 전체 프로그램의 12%까지 늘려주고, 지상파에서는 금지된 중간광고를 허용했다. 국내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도 60~80%인 지상파의 절반이면 된다. 나머지는 싸구려 외국 프로그램으로 채워도 되니 비용(제작비)도 줄일 수 있다. 신규사업, 후발주자에 대한 배려를 인정하더라도 지나치다.
이런 종편이라면 미래는 뻔하다. 신문과 방송의 내부결탁으로 여론을 독점하거나 호도하고, 강자독식으로 중소 미디어의 생존을 위협하고, 시청률 과열경쟁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보다는 선정성과 자극성을 부추길 것이다. 이미 첫 방송부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괴물’종편의 해악을 막기 위한 시청자 주권의식과 철저한 감시가 절실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