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42)씨는 페이스북 열혈 이용자다. '페북 친구'는 3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올리는 글에 일일이 댓글을 달고 마음에 드는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느라 하루가 짧다. 이런 지극 정성에 페북 친구들도 정씨의 글에 댓글을 자주 남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정씨는 '누가 내 글에 답을 남겼을까'라는 생각에 10분이 멀다 하고 페북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일과는 엉망진창이 됐다. 집중이 안되고 페북을 오랫 동안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이같은 금단 증상을 참기 어려워 업무 미팅은 물론 보고서를 쓰는 도중에도 손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잠들기 전 올린 글에 남겨진 댓글을 확인하려고 잠에서 깨자마자 페북을 열어볼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이른바 'FTAD(Facebook Twitter Addiction Disorderㆍ페이스북 트위터 중독)'로 불리는 소셜미디어 중독증에 해당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내에서도 소셜미디어 중독증이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소셜미디어 부작용 유형 분석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페북 사용자의 절반에 가까운 약 3억5,000만 명이 집중력 저하, 디지털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소셜미디어 중독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표적인 안티 페북 사이트(sickfacebook.com)가 미 학계의 조사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것이다.
페북은 물론 다양한 소셜게임이나 위치정보 교환 서비스가 보내는 알림 신호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는 소셜미디어 중독자들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한 어머니가 스마트폰 페북에 몰두한 나머지 아이를 목욕시키고 있던 사실을 잊어버려 아이가 익사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미 스탠퍼드대의 2009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확산이 일으킨 근로자들의 커뮤니케이션 과부하로 미국 기업의 생산성이 연간 6억5,000만 달러가량 감소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 매달린 나머지 주의가 산만해져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여타 일탈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미 컬럼비아대 산하 약물중독남용센터는 소셜미디어 중독증세를 보이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5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래리 로즌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아동은 불안, 억압 등 심리적 혼란이 가중되어 신체 건강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직 소셜미디어 중독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진 않고 있다. 그러나 SNS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 중독증세를 예방하거나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드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페북 온라인모임 '페이스북 중독 갱생 치료원(ko-kr.facebook.com/Addiction.lab)'에는 150여명의 자칭 '환자'들이 소셜미디어 중독 증상 완화를 위한 해결책을 공유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도 트위터 중독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계속 올리는 계정(@curetwitaddict) 등이 운영되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