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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가 시위, 메시지는 철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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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가 시위, 메시지는 철거되지 않았다

입력
2011.12.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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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에 남아 있던 시위대가 30일(현지시간) 경찰에 의해 해산되면서 반(反)월가 시위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7월 13일 캐나다의 한 시민단체가 발간하는 잡지 (Adbusters)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는 격문을 싣고, 이 글에 따라 9월 17일 1,000여명이 뉴욕 월가에서 시위를 시작한 지 73일 만이다.

시위대는 월가의 탐욕을 규탄했고, 1%의 소수가 99%의 희생을 먹고 살고 있다는 ‘1 대 99 사회’를 개조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고 외쳤다. 이 주장은 큰 반향을 일으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동조시위가 발생했다. 시위 초기에는 기존 질서와 가치를 송두리째 흔든 프랑스 파리의 68혁명처럼 세상을 바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가 끝난 지금, 그들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대체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정신적 지주도 없었다.

외형상 실패한 시위였지만 그 누구도 의미가 없었다고 폄하하지는 않는다. 막은 내렸지만 메시지는 길고 짙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계를 드러낸 시장만능주의, 금융자본의 탐욕, 사회ㆍ경제적 불평등을 고치고 보완하라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면 다음 시위는 감당하기 힘든 도전이 될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모순이 극대화했을 때 미봉책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다 붕괴된 국가나 체제가 수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오는 교훈이다. 우리 사회가 이념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저변에는 사회적 양극화 심화, 청년 실업,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걱정 등이 깔려 있다. 성장 시대에는 오늘 어렵더라도 내일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미래는 더 힘들 것이라는 절망에 빠져 있다. 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믿음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게 반 월가 시위에서 읽어야 할 메시지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성사회도 함께 떠맡아야 할 무거운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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