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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4개 채널 개국/ 자화자찬하더니 첫날부터 방송사고… 시민들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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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4개 채널 개국/ 자화자찬하더니 첫날부터 방송사고… 시민들 "코미디다"

입력
2011.12.0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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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졸속 방송이었다. 1일 일제히 개국한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종편)채널 4사는 '세상에 없던 TV' '미디어 빅뱅'등 구호를 내세웠으나, 방송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이틀 전에야 채널이 확정돼 시험방송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에 각종 방송사고도 잇따랐다. 자화자찬 부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종편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 것 같다", "코미디다"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다.

새로 출범하는 방송사는 채널의 정체성을 알리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개국 첫날 방송에 사활을 걸게 마련이다. 그러나 종편 4사가 이날 내놓은 프로그램들은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종편을 출범시켰어야 할 당위성이나 참신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청자들 반응도 "구성이 조악하고 영상이 촌스럽다"며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날 0시 가장 먼저 방송을 시작한 MBN은 대부분의 시간을 뉴스에 할애해 "종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기존 보도채널과 다른 것이 있다면 중간중간 연예인들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아덴만 해적 소탕작전 도중 부상한 석해균 선장 등 유명인사들의 축하 멘트를 삽입한 것. 뉴스 중간 뜬금없이 유명인들이 "1등 종편 MBN 파이팅!"을 외치는 영상을 내보내는 촌극도 벌였다. 한 네티즌은 "세뇌시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왜 이런 방송을 봐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TV조선의 첫날은 방송사고로 얼룩졌다. 오후 3시40분부터 생방송을 진행한 TV조선은 갑자기 화면의 아랫부분이 위에 올라 붙고 화면이 깜박이는가 하면, 목소리와 화면이 따로 놀았다. 리허설조차 하지 않았는지 첫 축사를 맡은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은 어디에 서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보도국 구성원들 이름이 잘못 나가는 자막사고도 터졌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 인사말이 음성없이 방송됐다. 네티즌들은 "1초 만에 방송사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방송사고"라며 비웃었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1면에 TV조선 개국 소식을 전하면서 피겨 선수 김연아의 지명도 이용해 '낚시질' 수준의 기사를 내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제의 기사는 "9시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는 제목을 달아 마치 김연아가 1일 앵커로 등장하는 것처럼 꾸몄다. 그러나 곧 과대포장이었음이 드러났다. "국민 여동생이 종편의 여동생이 됐냐"는 등 네티즌의 비판이 들끓자, 김연아는 소속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개국 축하 인터뷰를 요청한 종편 4사에 똑같이 응했을 뿐 조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며 홍보도구로 이용한 것에 불쾌감을 보였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전북대 교수)은 "종편에서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할 방송으로서의 자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소유 신문을 이용해 신방겸영의 폐해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JTBC는 TBC가 신 군부에 통폐합된 지 '31년 만의 부활'에 방점을 찍으며 저항언론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채널A도 옛 동아방송의 전설이 '18년 만에 깨어난다'며 동아방송 관계자들의 격앙된 반응을 전하는 데 급급했다. 한 시청자는 "그동안 정권과 결탁해 호가호위 해 온 보수 언론이 언론 투사처럼 행세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JTBC 역시 개국 축하쇼 1부 이후 광고 시간에 화면이 잠시 멈추고, 방송 개시를 4시간여 앞둔 정오에 프로그램 편성을 바꾸는 등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종편 편성표를 보면 앞으로도 알맹이 없는 방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TV조선은 2일 '말아톤', 3일 '야수와 미녀' 등 철 지난 영화들로 공백을 메울 예정이고, 당초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알려진 JTBC도 TV 시청률이 높은 주말에 5~6시간씩 재방송을 편성했다. 종편들은 재방송을 '순환방송'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개국 축하쇼에 참석해 "양질의 콘텐츠에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종편이) 방송산업에 신선한 활력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명박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종편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소식, 알찬 정보를 많이 전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강지원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홍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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