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일 경기 성남시 안철수연구소 사옥에서 열린 안철수연구소의 사회공헌 계획 발표 행사에 머문 시간은 단 13분에 불과했다. 마이크를 잡은 안 원장은 먼저 10분 가량 학창시절부터 품어온 사회공헌에 대한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이어 취재진과의 문답을 통해 제3 신당 창당설, 내년 총선 강남 출마설 등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거론된 소문과 관측을 '직접 화법'으로 부인했다.
앞서 10ㆍ26 서울시장 보선 기간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원 의사를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통해 밝히거나, 지난달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 가운데 절반인 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이메일로 알렸던 '편지 정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도 그전에 한두 마디 대답만 하던 것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최근 '편지 정치' '안개 화법' 등에 대한 비판론을 의식해 보다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측이 이날 행사에 안 원장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기자를 부른 것도 달라진 기류를 반영한다.
안 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자신이 개발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하게 된 배경에대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일부라도 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비영리 공익법인을 만들고자 1년 동안 정부와 기업들을 찾아 다녔으나 당시에는 (정부와 기업의)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차선책으로 회사 형태로 시작한 것이 바로 안철수연구소"라고 회상했다.
그는 연구소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보통의 회사라면 수익 창출이 목적이지만 저는 단순히 돈만 버는 회사가 아니라 백신 프로그램을 계속 무료로 보급하고 공익적인 일을 해왔다"며 "안철수연구소가 한국에서 '소셜 벤처'의 초창기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취재진과 가진 문답에서 최근 정치권의 과도한 추측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답변을 마친 뒤에는 여느 때와 같이 미소를 머금은 채 간담회장을 황급히 떠났다. 그는 행사장을 떠나기 직전 기자들로부터 "정치를 영원히 안 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취재진 100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_최근 주식 기부가 정치적 행보와 연관됐다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제가 항상 말씀 드린 대로 행동한다. 사실 정치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에 적합한 자리는 아니다. 지금 학교 일과 재단 설립 관련 일만 해도 다른 일에 한눈 팔 여력이 없다. 또 3당 창당이라든지 강남 출마라든지 여러 이야기가 많은데, 분명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전혀 그럴 생각도 없고 조금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
_야권통합 정당에 참여할 생각은 있는지.
"정치적인 질문을 받는 자리가 아니어서 아까 그 정도 답변으로 충분한 것 같다. "
_안 원장의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있는가.
"있다. 제대로 계획이 세워지고 그 일을 할 주체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고액 기부자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그래서 세대 간에 도움이 되는 그림도 생각하고 있다."
성남=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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