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시작돼 금융권 부패와 자본주의의 모순에 항거하는 시위로 확대됐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73일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필라델피아 시 당국은 11월 30일(현지시간) 경찰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두 거점도시의 시위대가 해산됐다면서 “시위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LA경찰국은 이날 새벽 1,4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시청 앞 잔디밭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LA를 점령하라’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두 달 간 기거하던 텐트를 중장비로 철거하고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사소한 실랑이가 있었으나 지난달 오클랜드 철거 당시처럼 최루탄 발사나 격렬한 몸 싸움은 없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진압 작전 직후 성명을 통해 총 29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하면서 “최소한의 물리력이 동원된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진압”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시 당국은 시위대에 공공보건과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29일 0시까지 자진해산하도록 명령했었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에서도 52명이 체포되며 점령 시위가 종료됐다. 경찰의 해산에 일부가 항의, 가두시위를 했지만 연행자 대부분은 수갑을 차고 줄을 서서 경찰 차량에 오르는 등 별다른 충돌을 빚지는 않았다. AFP통신 등 일부 언론은 이날 두 도시의 시위대 텐트가 철거됨으로써 점령 시위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은 시위 열기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장소, 전술, 메시지를 다양화하는 사회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당장 애틀랜타 시위대는 3일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으며 오클랜드 시위대는 샌디에이고, LA, 포틀랜드, 시애틀 등의 시위대와 연대해 12일 미국 서해안과 캐나다의 태평양 연안 항구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로 했다.
시위대의 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메일 등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카페 등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고 전한 뒤 내년 봄 날씨가 풀리면 대규모 시위가 재연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LA 시위에 참가했던 한 젊은이는 “점령 시위는 정부뿐 아니라 시위대 스스로도 멈출 수 없다”며 “이미 전세계가 우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토드 지플린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위가 1960년대에 일어난 반전운동처럼 대규모 사회운동을 닮아가고 있다”며 당시의 운동이 몇 년 간 서서히 고조됐다가 1968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폭발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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