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만한 면적(1만 1,437㎢)에 170만명의 인구가 사는 아랍의 소국 카타르. 석유로 많은 돈을 버는 부국이지만 그 동안 사우디아라비아(2,800만명), 이집트(7,600만명)같은 지역맹주에 가려 아랍 정치에서 별 존재감이 없었다.
마이너리그에 속했던 카타르의 위상은 올해 들어 확연히 변했다. 이웃 나라가 민주화 요구(재스민 혁명)로 내홍을 겪는 틈을 타 아랍권의 정치 중심국으로 발돋움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른 나라들이 새로운 질서에 조바심을 내는 반면 카타르는 변화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아랍 정치권의 지도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시위, 시리아 사태, 리비아 내전 등 굵직한 이슈마다 카타르는 제목소리를 내며 여론을 주도했다.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보도해 큰 반향을 이끌어 낸 것은 카타르의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였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 때는 신속하게 반 카다피 시민군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에 공군과 육군 병력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서방도 전혀 예상치 못한 아랍연맹의 대 시리아 강경 제재안을 주도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유혈진압에 개입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어려움을 맞았지만 아랍권의 형제국들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전기를 끌어냈다.
그러나 이런 국제환경이 카타르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FT는 “카타르가 아랍권에서 민주화 운동을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은 자국 안에서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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