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가정보원장에게 직무상 비밀 누설 등을 이유로 재판 증언을 거부한 현직 직원의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심준보)는 직무 이탈 등의 이유로 해임된 전직 국정원 4급 직원 김모씨가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김씨가 신청해 채택된 국정원 직원의 증인 출석을 허가할 것을 국정원장에게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장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출석을 거부하는 증인에 대해서는 법원이 국정원장에게 직접 출석을 허가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말 시작된 이 재판은 9월에 두 번의 재판 기일이 잡혔지만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현재 국가정보원직원법은 '직원은 직무상 비밀을 증언하려면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장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원장에게 증인 출석 허가를 신청했을 경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02년 헌법재판소가 증인 출석에는 국정원장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개정된 것이지만, 국정원 관련 소송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현직 직원의 증인 출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국정원장에게 직원의 법정 출석 허가 신청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채택된 증인은 앞으로도 당연히 출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 조항을 이유로 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고 법정에 나오지 않아 재판을 지연시키는 일이 많았지만, 필요하다면 재판부가 허가를 얻어 얼마든지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제기한 소송의 다음 재판은 12월 2일로 예정돼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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