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가 헌법이 정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전, 12월 2일)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 심사가 지난달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민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가 2003년부터 연속 9년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헌법에서 국회 예산안 심사 시한을 둔 이유는 정부가 예산 집행을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한 데 있다. 따라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정부 정책의 집행도 늦어지게 돼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국회 예결위원장은 30일 "1일 오전 10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심사를 반드시 재개하려고 한다"며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자유선진당과 함께 비쟁점 분야 감액 심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민주당 측은 예산심사 재개를 위한 명분을 달라고 하는데 이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 풀어야 할 문제"라고 여지를 뒀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도 예산심사 재개를 위해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협상 당사자인 여야 원내대표 측은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금주 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민주당 등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로지 한미 FTA 무효화 투쟁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극단의 기류 속에서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예산안과 한미 FTA 무효 투쟁을 병행하자는 의견들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 예산안 법정 처리가 지연되자 예산 집행이 시급한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남 시장ㆍ군수협의회는 29일 "민주당은 내년 예산 처리를 한나라당에 맡겨두지 말고, 책임 있는 행동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예산을 챙겨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지에서도 여야의 예산안 심사 지연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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