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상호 협력하기로 했음이 예고됐을 때 시장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기업고객 시장(B2B)에 처음 뛰어든 구글의 속셈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도 있었지만, 세계 최대 정보통신(IT)기업과 대표적인 전통 굴뚝 기업의 만남이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양 사가 협력사업으로 '스미트제철소'라는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단번에 풀렸다. 포스코가 구글의 IT기술을 적용해 일반 서류 작업부터 제철소 현장의 모든 업무프로세스를 최첨단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 이른바 미래형 경영시스템인 '포스피아 3.0'구상이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설비 도입 시 가상 제철소를 컴퓨터로 꾸며 모의실험를 한 뒤 최적화된 생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또 구글 지도를 활용한 해외 공장 재고 파악을 비롯해 제품의 운송 과정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서도 포스코와의 제휴로 B2B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 양 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게임인 셈이다.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스마트 열풍'이 거세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대 기업들도 전자ㆍIT분야에 직접 뛰어들거나, 합종연횡 및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스마트병원'에 주목하고 있다. 그 동안 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울대학교병원과 지난 4월 스마트병원 사업을 위한'헬스케어 IT사업에 관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양 측은 예방ㆍ진단ㆍ치료ㆍ관리로 이어지는 차세대 의료서비스모델을 개발해 국내외에 확산시킬 방침이다. 현행 법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환자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기기로 병원에 접속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도 내수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이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의 보급 확산으로 반도체 사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회사의 뛰어난 IT기술을 해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KT는 세계적인 IT기업 시스코와 손잡고 글로벌 '스마트시티'구축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시티란 기존 도시계획에 IT기술을 접목해 빌딩, 공원 등 도시 전체의 기반시설을 지능화하는 것을 말한다. 시민들은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음성으로 원격 주차를 한다든지 도시 곳곳의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도시 시설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길도 열린다. 예를 들어 전기료가 가장 저렴한 시간대에 전력을 활용하는 등의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양 사는 내년 1월 시범도시로 선정한 인천에서 스마트도시의 첫 삽을 뜬 후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중국, 일본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LG CNS의 지능형 교통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이템. 최근에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시가 3억 달러(한화 3,000억원)에 달하는 스마트교통시스템(요금자동징수, 버스운행관리시스템 등)을 구축 및 운영해 달라고 요청해 오기도 했다.
LG CNS 관계자는"스마트교통카드시스템은 교통흐름 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중복 설계된 노선까지 점검해 이를 체계화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강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IT기술은 내수 기반의 기업들에 해외시장을 뚫어주고, 굴뚝산업에 첨단의 옷을 입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열쇠"라면서 "이 때문에 기존 IT기업은 물론이고 IT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기업들까지 속속 스마트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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