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공부문 노조가 30일 정부의 긴축재정과 연금개혁안에 항의해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200만명 이상의 공공부문 노동자가 참여하는 이번 파업은 마거릿 대처 정부 집권 때인 1978~79년 파업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BBC방송은 "영국 전역 1,000여곳에서 공무원, 교사 등이 대거 시위에 나서 열차, 항공, 병원 등의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교육 당국은 잉글랜드 지역의 2만1,700개 학교 가운데 58%, 북아일랜드 초ㆍ중ㆍ고교의 절반 가량이 휴교에 들어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출입국관리 직원들도 파업에 가세하면서 런던 히스로 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편수가 줄고, 출입국 심사가 지연되는 등 공항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BBC는 총리실 직원 일부도 파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영국 산별 노조의 상위단체인 노조회의(TUC)는 "최대 노조 유니슨을 비롯해 전국교사협회, 전문직노조, 민주노총(GMB) 등 30여개 공공노조가 망라됐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의 파업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서 비롯됐다. 영국 정부는 2026년까지 연금수령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4년 후 연금수납금이 분담금의 두 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해 납부금액도 평균 3.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이날 하원에 제출한 재정긴축안에 따르면 공공부문 임금은 2013년까지 동결된 뒤 2년간 인상률이 1%로 제한된다. 당국은 이를 통해 현재 1,270억파운드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향후 4년동안 530억파운드 감축할 계획이다. 데이브 프렌티스 유니슨 사무총장은 "중산층을 쥐어짜는 정책이 결국 저소득층을 가장 큰 피해자로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노조가 파업으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지금도 공공 노동자들은 민간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12월 한 달 동안 초과 근무를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분 파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리스 노조도 1일 올 들어 일곱번째, 루카스 파파데모스 과도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단행한다. 현지 언론들은 각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이 시위를 주도한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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