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는 수 십종의 신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 기능을 지닌 차량들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그 때문인지 구매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내의 경우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1~9월)까지 새로 등록한 국내 자동차 대수는 124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4만대에 비해 9.2% 증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흔히들 한 번 차를 사면 보유 기간이 갈수록 짧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실제 조사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새 차를 산 국내 소비자가 이전 차량을 보유한 기간을 알아봤더니, 2000년 5.4년에서 2005년 6.8년 그리고 지난해 7.2년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미국도 지난해 1분기 새 차 구매자들은 먼저 타던 차량을 평균 58.6개월(약 6년) 동안 보유했지만 올해 2분기는 63.9개월로 나타났습니다. 유럽 소비자들도 기존 차량을 5년 이상 탔다는 응답자 비율이 2008년 62.5%에서 지난해에는 70.5%로 8% 포인트나 늘었고, 중국에서도 57.8%에서 63.3%로 5.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차의 내구성 등 품질이 좋아진 점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도로 사정이 나아진 점 ▦경제위기에서 신차 구입을 미루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 등이 꼽힙니다. 또 차를 2대 이상 소유한 운전자들이 늘면서 차량 교체시점이 늦어지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회사들의 무상 보증 기간 연장 역시 중요한 이유라는 점입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시장규모가 예상만큼 커지지 않으면서 차를 더 팔기 위해 각 회사들이 무상 보증 기간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무상 보증 기간이 늘어나면 차량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중고차로 팔 때도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신흥시장 소비자도 차량 구입시 이를 꼼꼼히 따져본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에 잠 못 이루던 자동차 회사들이 이제는 보증기간을 얼마로 해야 소비자를 잡을 수 있을 지 경쟁회사 눈치를 보며 계산하느라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죠.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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